지난 7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각급 법원의 설치 및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해사법원 관련 법안을 심사했다. 연합뉴스
여야가 20일 해사법원 설치 법안과 관련, 부산과 인천에 설치되는 두 해사법원의 관할 지역 등 주요 쟁점들에 대해 합의하면서 연내 처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해사법원 설립을 주도해 온 부산에서는 여야 합의에 따라 수도권을 관할하게 되는 인천으로 관련 사건의 쏠림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허울뿐인 부산 해사법원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해사법원 설치를 위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 등 총 12건의 법안을 심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해사법원을 부산과 인천에 각각 본원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면서 설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고, 관련 법안들이 본격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앞서 여야는 해사법원을 부산과 인천 두 곳 모두에 두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왔다.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해사법원의 관할 구역과 개원 시점 등을 둘러싼 핵심 쟁점들에 대해 일정 부분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과 인천에 각각 본원을 설치하고 전국을 남북으로 나누어 사건을 맡는 구조가 유력하게 검토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부산해사국제상사법원은 부산시, 광주시, 전라북도, 전라남도, 대구시, 울산시, 경상북도, 경상남도, 제주도를 관할하고, 인천해사국제상사법원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대전시, 충청북도, 충청남도를 관할하도록 설계됐다. 이날 법안심사 소위에서는 일부 지자체의 관할을 어디로 둘지 여부만 남겨두고 대부분의 구역에서 사실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사법원 개원 시점도 앞당기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됐다. 정부는 부지 확보, 건물 신축, 인력 구성 등의 이유로 2033~2034년 개원을 주장해 왔지만,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일부 위원들은 개원 시기를 더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날 논의에서는 해사 사건 처리를 위해 매년 3000~5000억 원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고려해 가능한 한 신속하게 2030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하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날 핵심 쟁점 상당수가 정리되면서 다음 달 예정된 법안소위에서 조문 정리 등 실무 검토를 거친 뒤, 법사위 전체 회의와 본회의를 통과해 연내 처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각 쟁점들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며 “법안 구성 등 실무적인 내용의 보완이 이뤄지면 다음 소위원회에서는 처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가 가시권에 들어선 상황에서도 지역 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국내 해운선사와 국제 물류업체 대부분이 수도권에 밀집한 탓에 인천으로 사건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부산이 2011년부터 해사법원 설치 논의를 선도해 왔음에도 결과적으로 인천이 더 큰 기회를 얻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부산이 오랜 기간 해사법원 설치를 주도해 온 만큼, 수도권 중심의 사건 쏠림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항소심 법원을 부산에만 두는 방안, HMM 등 대형 선사의 부산 이전과 중앙해양안전심판원 등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의 이전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해사법원 설치 추진 부울경협의회 박재율 공동대표는 “법조시장이나 해운 본사들이 수도권에 있으니 자칫 잘못하면 인천에 집중되고 부산의 해사법원이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부산을 해양수도라는 점을 선언한 만큼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