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부산 남구 대연동에 더불어민주당 남구지역위원장 명의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개발 정보 활용 투기, 해외 도박 자랑스런 구청장 없나요?‘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
‘공직선거법 위반, 재개발 정보 활용 투기, 해외 도박 자랑스런 구청장 없나요?’ 30일 부산 남구 대연동에 내걸린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 명의의 현수막 문구다. 이날 기준 이러한 내용의 현수막은 남구뿐 아니라 부산 전역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이 가능했다.
해당 구군의 기초단체장과 무관한 의혹을 주어도 불명확한 문구로 표현한 현수막이 부산 전역에 걸리면서 정치권에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마치 현수막이 걸린 지역의 기초단체장이 의혹에 휩싸여 있다는 오해를 주민들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를 넘은 ‘악성 마타도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먼저 부산 민주당이 현수막을 통해 공세를 펼친 3가지 논란의 주인공은 김진홍 전 동구청장, 조병길 사상구청장, 윤일현 금정구청장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김 전 청장의 경우 지난 2일 대법원에서 원심과 같은 벌금 130만 원이 최종 확정 되면서 당선이 무효가 됐다. 조 청장은 사전 정보를 취득해 재개발 주택을 매입했다는 의혹으로 자신의 소속이던 국민의힘으로부터 제명 처리됐으며 윤 청장은 지난 4월 해외 카지노를 출입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바 있다.
결국 현수막에 담긴 의혹들은 현수막이 위치한 남구의 기초단체장인 오은택 구청장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길에서 이를 접한 주민들은 주어가 생략된 까닭에 현수막이 있는 지역의 기초단체장이 3가지 의혹에 휩싸였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대연동에 걸린 현수막 앞에서 만난 시민 40대 이 모 씨는 “남구청장이 이런 문제들이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수영(부산 남) 의원은 “비열하고 저열하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리 오은택 구청장은 현수막에 적시된 세 가지 행태와는 1도 관계가 없고 단 한번도 문제된 적이 없다”며 “현명하고 수준높은 남구 유권자들이 다음 선거에서 비열한 더불당(민주당)을 심판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 현수막들로 시민들의 피로감이 커지면서 지역 정가에서는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은 퇴출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조상진(남1) 의원은 지난 26일과 27일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부산시에 불법 현수막과 관련해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시민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력한 단속을 요구했다. 여기에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의 현수막 등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정치 불신 풍조를 키운다”며 퇴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재범 남지역위원장은 부산시당 차원에서 결정된 문구라면서 한정된 현수막 크기에 모든 설명을 다 담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현수막이라는 제한된 공간 내에 모든 내용을 서술할 수도 없고 쓴다 하더라도 표현력이 떨어진다”며 “국민의힘에서 검증되고 준비된 구청장 후보들을 배출했으면 하는 차원의 현수막”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에서는 혐오·차별 표현을 담은 정당 현수막 설치를 제한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옥외광고물법 적용 예외였던 정당 현수막을 다시 적용 대상에 추가하고 종교와 출신국, 지역 등을 차별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 게시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해당 법안은 지난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처리됐다.
앞서 2022년 법 개정으로 옥외광고물의 허가 및 신고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사항에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표현’이 포함되면서 정당 현수막에 대한 규제가 풀렸다. 이후 3년 만에 정당 현수막 규제가 다시 부활하게 될 전망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