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의 핼런데일 비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위한 협의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타결을 자신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영토 교환 가능성도 다뤄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향후 협상 진행 상황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 플로리다의 핼런데일 비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이번 협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종전안에 따라 진행됐다. 종전안은 애초 28개 항이었으나 러시아의 요구를 지나치게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논란 속에 19개 항으로 축소됐다.
양 측 모두 협의가 생산적이었다고 밝힌 가운데, 미측 수석대표격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더 남아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는 이번 주 러시아를 찾아 우크라이나와의 이날 협의 결과를 토대로 푸틴 대통령과 추가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간의 협의 직후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협상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협상이 타결될) 좋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우크라이나는 몇 가지 까다로운 문제들이 있다.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패와 관련된 문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이 종전안 협의 때 영토 교환 가능성을 다뤘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전쟁을 통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양국의 합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전체를 내주면 전쟁을 멈출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러시아는 돈바스를 받으면 다른 점령지 일부를 내줄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쳐 교환 가능성이 주목된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영토 양보가 헌법에 위배되는 까닭에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원칙적 입장이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통제하는 도네츠크주 일부에는 러시아의 점령지 확대를 저지해온 요새가 빼곡하다. 러시아로서는 현재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루한스크에 이어 도네츠크까지 손에 넣으면 우크라이나 서부까지 진격할 고속 침공로를 얻는다.
한편, WSJ는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잠재적인 새 선거 일정 문제를 다뤘다고 미국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새 선거는 2022년 2월 시작된 전쟁 때문에 실시되지 않고 있는 대통령 선거 등을 뜻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5월 취임해 2024년 5월에 5년 임기가 끝났지만 전란 때문에 대선이 미뤄져 계속 집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임기가 끝난 만큼 협상 상대로 정통성이 없다고 줄곧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런 이유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쟁 당사국 정상회담을 외면했고 이는 돌파구 마련의 중대 걸림돌 중 하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거취는 푸틴 정권의 전쟁 목표와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목표로 내걸고 침공을 강행한 뒤 젤렌스키 정권을 나치 세력으로 지목해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