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가 3년 5개월 만에 7%를 넘어섰다. 중동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로 국내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줄고 인상 전환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자, 대출 금리의 지표인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른 탓이다. 이에 따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빚투(대출로 투자)에 나선 금융 소비자들에게 ‘빨간 불’ 경고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410∼7.010% 수준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 고정금리가 7%를 웃돈 것은 지난 2022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시작한 금리 인상 기조가 사상 초유의 빅스텝(0.5%P 인상) 등으로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은행 대출금리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작년 12월 말(연 3.930∼6.230%)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상단과 하단이 각 0.780%포인트(P), 0.480%P 뛰었다.
이는 고정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3.499%에서 4.119%로 0.670%P나 치솟았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연 3.850∼5.530%·1등급·1년 만기 기준) 역시 지난해 말보다 상단이 0.170%P 높아졌다. 다만 지표인 은행채 1년물 금리의 상승 폭(0.414%P)보다는 덜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연 3.610∼6.010%)의 상단도 같은 기간 0.140%P 상승했다.
주로 은행 대출 금리가 기준으로 삼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면서 꾸준히 오르다가 연말·연초 다소 진정됐지만, 최근 중동 사태로 다시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2월 말과 비교해 불과 한 달 사이 은행채 5년물 금리는 0.547%P 뛰었고,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도 0.310%P 인상됐다.
은행 PB(프라이빗 뱅커·자산관리 전문가) 등 금융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은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유럽중앙은행(ECB) 등 국내외 중앙은행이 당장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더라도, 중동 사태가 길어질 경우 물가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나 연말께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기대 축소와 인상 관측 증가만으로도 시장 금리는 상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승훈 KB금융연구소 경제연구센터장은 “향후 중동 전황에 따라 유가 상승 폭이 커지고 고유가 상태가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되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 심리 재확산을 대비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며 “유로존은 이미 물가 둔화 속도가 느리고 임금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만큼 금리 인상 시점이 미국보다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은의 경우 고유가 장기화로 물가 상승세가 석 달 이상 이어지면 올해 3분기부터 내부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이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들 역시 재테크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대출 보유자는 금리인하 요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대출 후 3년이 지났다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규정을 활용해 이자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부채 재구조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