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아동청소년 SNS중독, 플랫폼의 보호책임 강화를 위한 긴급좌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2선 후퇴’ 요구가 지속되자 지역 방문을 최소화한 채 ‘진지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장 대표가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후보들 한탄이 터져 나온 데다 퇴진 요구까지 거세지자 외부 일정 대신 SNS로 메시지를 내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에선 부산에 이어 대구·경북·강원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명예선거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지난해 8월 당대표 선거에서 장 대표에게 패한 김 전 장관의 무게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의원총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특별히 공지하거나 토론할 내용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당의 입장이지만, ‘선거 전 사퇴’ 등 결단을 요구받은 장 대표에게 화살이 쏠릴 상황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장 대표는 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상황에 ‘8박 10일 미국행’ 논란이 겹친 후 거센 퇴진 요구에 휩싸인 상태다.
장 대표는 지역 방문 등 외부 일정도 최소화한 채 간간이 메시지를 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6일 인천에 이어 22일 강원도 양양을 찾으며 본격적인 지역 순회에 나서는 듯했지만, 이번 주에는 이날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주택관리사의 날 기념 한마음 대축제’ 외에는 지역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장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비판에 나섰다. 그는 “정 후보가 서울 교통 문제를 묻자 ‘자동차 공급을 줄이겠다’고 했다”며 “서울 부동산을 맡기면 주택 공급 늘릴 생각은 안 하고 ‘인구를 줄이겠다’고 나설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언급하며 “가장 힘든 과정을 거쳐 공천이 확정된 데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며 “당 대표로서 지난한 시간에 대해 마음의 빚이 크다”고 했다.
장 대표가 지역 방문 등 외부 일정 대신 SNS로 메시지를 내는 건 여러 후보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앞서가고 있는데, 장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을 재선거 후보가 된 유의동 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중앙당 도움을 요청하는 개별 후보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며 “철저하게 지역 중심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지난 27일 일제히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장 대표와 함께 지역에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선 후보는 없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김 전 장관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반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부산뿐 아니라 대구·경북·강원 등 4개 지역에서 명예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수 지지층조차 제대로 결집하지 않는 상황 등을 고려해 김 전 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결과로 풀이된다. 제21대 대선 후보로 나선 김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당대표 선거에서 졌지만,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 ‘구원 투수’ 역할을 맡게 되며 다시 무게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위기를 느낀 국민의힘 중앙당 사무처는 후보들에게 빨간색뿐만 아니라 흰색 점퍼도 공식적으로 착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기피하는 현상이 잇따른 점을 반영한 결과다.
장 대표를 향한 비판은 이날도 지속됐다. 친한(친 한동훈)계 박정하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장 대표가) 후보들 쓴소리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기보다 그냥 피해 가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 결과에는 관심이 없고, 이후 본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는 BBS 인터뷰에서 “장 대표가 표상하는 노선은 민심의 정반대”라며 “국민의힘 미래에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