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정5동 45.5%… ‘50% 하한선’도 안 지켰다

입력 : 2026-06-10 18: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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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해도 너무 허술한 선관위
회의 없이 50% 하한 결정 불구
지역마다 용지 인쇄율 제각각
10곳 중 1곳 용지 ‘50% 미만’
구청 공무원이 현장상황 관리
선관위 직원엔 카톡 ‘주먹구구’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3일 부산 해운대구 중2동 행정복지센터 2층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3일 부산 해운대구 중2동 행정복지센터 2층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시간이 연장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부실이 비판을 받는 가운데 전국에서 예상선거인수 대비 투표용지를 가장 적게 준비한 곳이 부산 동구의 투표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투표용지의 최소 인쇄 비율을 60%에서 50%로 낮추면서 별도 회의 없이 사무총장 전결로 처리됐으며, 부산을 비롯해 전국의 투표소에는 선관위 직원이 아닌 참관 공무원의 주관에 의지해 투표용지 부족을 파악하는 등 투표 관리에 전반적인 주먹구구식 운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0일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투표소 1만 4288곳 가운데 투표용지 인쇄 비율이 예상선거인 수의 50% 미만인 곳은 1371곳(9.6%)이었다.

부산 동구 수정5동 제2투표소와 전남 여수 시전동 제4투표소는 투표용지 인쇄 비율이 45.5%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전체 인쇄 매수에서 자투리 100매 단위로 인쇄하지 않는 절사 방식을 적용해 최소 인쇄 비율보다 적게 인쇄됐다. 두 투표소 모두 선거인 수는 2197명이었지만 인쇄된 투표용지는 1000매에 불과했다. 사전투표율이 낮았다면 투표용지 부족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에 대한 대응지침은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최소 인쇄 비율의 기준 변경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가 없었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2월 별도 회의나 의결 절차 없이 사무총장 전결로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당일 투표소 관리도 허술한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1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6·3 지방선거 본투표 진행된 지난 3일 부산 시내 914개 모든 투표소에는 상주 선관위 직원이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이날 투표가 중단된 북구 화명1동 제7투표소 역시 북구청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투표사무원 14명이 근무했을 뿐이었다. 부산시 선관위 직원 161명 중 대부분은 개표 사무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각 구·군 선관위는 전담 직원 1~2명이 투표관리관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수십 개를 동시에 관리하며 투표소별 특이사항을 보고받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선관위는 이를 통해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직원을 현장에 보내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문제가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상황 역시 각 투표소에 배치된 투표관리관의 판단과 재량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 투표소 현장의 총괄 책임자인 투표관리관은 선관위 직원이 아닌 구청 소속 공무원들이다. 이들은 상시 선거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긴급 상황을 미리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관리관이 투표용지 부족 상황을 인지했을 때 선관위에 즉시 보고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우선 조치한 뒤 사후 보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권한·책임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선관위가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인데다 지휘·감독 체계와 현장 책임 범위 역시 불분명해 문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은 부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동일했다. 시 선관위 관계자는 “한정된 인력 여건에 따른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