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에서 피해자가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 2022년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발생한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 모 씨가 검찰의 보완 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김 씨는 12일 연합뉴스를 통해 자신의 사건이 "수사관의 의지와 집념에 따라 사건의 실체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안전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똑같은 청바지를 두고도 누군가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고, 누군가는 집념으로 진실을 밝혀냈다"며 "경찰이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했다면 저는 더 빨리 피해를 회복하고 생명의 위협도 덜 느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수사한 경찰관들에게) 조금만 더 신경 써줄 수는 없었느냐고 묻고 싶다"며 "피해자인 제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처럼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이런 현실인데 검찰의 보완 수사 기능까지 사라진다면 범죄 피해자들은 어디에서 다시 한번 사건을 살펴볼 기회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당초 단순한 '묻지마 폭행' 사건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의 보완 수사를 통해 성폭행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사례다.
지난 2022년 5월 서면에서 귀가 중이던 김 씨는 가해자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경찰은 중상해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1심에서 가해자 이 씨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과정에서 범행의 실체가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검찰은 범행 현장 CCTV와 출동 경찰관 진술, 피해자가 당시 입고 있던 청바지 등을 핵심 증거로 제출했다. 저절로 벗겨지기 어려운 구조의 청바지 안쪽에서 가해자의 DNA가 검출된 것이다.
검찰은 가해자의 범행이 강간살인 미수였다는 정황을 새롭게 확인한 뒤 공소사실을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 미수로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토대로 성범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1심보다 높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보완 수사권 폐지 논의 과정에서 정작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검찰개혁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며 "보완 수사권이 폐지되면 피해자들의 권리가 무엇이 달라지고, 그 피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설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한 기관의 기능 자체를 없애는 것은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제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