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충돌 격화…호르무즈 통제권 건 이란의 ‘위험한 승부수’

입력 : 2026-07-13 15:37:05 수정 : 2026-07-13 15: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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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중서부 지역까지 타격
이란도 걸프 지역 미사일 발사
국제 에너지 가격 악영향 분석
이란, 트럼프 물러설 거라 판단
접점 없는 양측 타협 난항 전망

11일(현지 시간) 미 중부사령부가 이란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11일(현지 시간) 미 중부사령부가 이란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을 둘러싸고 다시 공습과 보복을 주고받으면서 종전 협상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다. 이란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길목을 지렛대로 미국이 먼저 물러서도록 압박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양측 모두 퇴로를 찾지 못하면서 전면전 재발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12일(현지 시간)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이란의 능력을 약화하기 위해 추가 공습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날 키프로스 선적 컨테이너선 ‘M/V GFS 갤럭시’호가 공격받은 데 대한 대응으로, 미국은 이틀 연속 이란을 타격했다. 미군의 공습은 최근 일주일 동안 나흘에 걸쳐 이뤄졌다.

미국의 공격 발표 이후 이란 남부 해안 도시들과 핵심 도서 지역에서는 연쇄적인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해졌다. 이란 매체에 따르면 남부의 시리크와 반다르아바스, 반다르데이르를 비롯해 에너지·석유화학 시설이 밀집한 부셰르와 아살루예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서남부 아흐바즈와 후제스탄주 여러 도시, 중부 혼다브도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도 걸프 지역의 미국 안보 협력국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쿠웨이트와 요르단, 카타르, 바레인,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카타르와 그동안 직접 공격을 피했던 UAE까지 포함되면서 충돌의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미국과 이란의 재충돌 쟁점은 호르무즈해협의 실질적인 통제권으로 보인다. 이란은 상선 공격 이후 해협을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한다고 선언하고, 자국이 출범시킨 페르시아만해협청을 통해 통항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 중부사령부는 국제수로는 합법적으로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에 열려 있다고 맞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상업 운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운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날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6척에 그쳐 최근 5주 사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양국은 지난달 해협 재개방과 전쟁 종식을 목표로 잠정 합의를 맺었으나, 연쇄적인 무력 충돌로 휴전은 사실상 무산됐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던 호르무즈해협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충격은 중동 정세를 넘어 국제 에너지 가격과 세계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외신들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앞세워 미국을 상대로 위험한 도박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이란은 미국이 제시한 항로를 따르려는 선박까지 겨냥하며 통제권 약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해협을 내주면 협상력과 내부 결속을 동시에 잃을 수 있다는 판단함과 동시에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적·정치적 부담이 커진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물러설 가능성에 승부를 걸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행보는 미국의 보복과 이란의 재보복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불러 휴전 합의가 사실상 무너진 현 상황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17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해 60일간 휴전하고 후속 협상을 하기로 했으나 현재 후속 협상 마저 불투명해졌다.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대화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접점이 없는 대치에 빠진 미국과 이란은 당장 외교적 타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측에 즉각적인 전투 중단과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그는 “전면적인 무력 충돌이 재발할 경우 해당 지역과 세계 경제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