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쳐서 손해 나면 어쩌나… 우려 불식할 ‘설계’ 시급 [통합 로드맵 다시 쓰자]

입력 : 2026-09-10 18:15:02 수정 : 2026-09-10 20: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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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행정통합 3개 시도 입장 비교

부산·울산 “일단 연합해서 규모 키우자”
경남 “중앙정부 권한·예산 이양이 우선”
특정 지역에 사람·돈·권한 몰릴까 걱정
단순 합의 앞서 구속력 있는 기반 다져야

김상욱 울산시장, 전재수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왼쪽부터)가 지난 8일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4회 부울경 정책협의회에서 초광역 협력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김상욱 울산시장, 전재수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왼쪽부터)가 지난 8일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4회 부울경 정책협의회에서 초광역 협력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울경 행정통합 논의가 재점화됐으나 3개 시도의 이해관계는 엇갈리고 있다.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규모 확대라는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양상이다. 과거 부울경 특별연합을 무산시킨 쟁점들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부울 “연합부터” 경남 “바로 통합”

3개 시도의 입장 차이는 추진 방식과 순서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기존 광역단체 체제를 유지하며 공동 사무를 처리하는 ‘특별연합’과, 지자체와 의회를 완전히 단일화하는 ‘행정통합’을 두고 이견이 팽팽하다. 최종 목표는 같지만 경로를 놓고 확연한 시각차를 보인다.

6·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3개 시도의 통합 노선은 ‘2 대 1’ 구도로 짜였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과 김상욱 울산시장이 취임하면서 부산과 울산이 특별연합 복원을 우선순위로 꼽은 반면,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지사만 행정통합 직행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부산시는 ‘규모의 경제’를 명분으로 든다. 지역내총생산(GRDP) 370조 원, 인구 770만 명 수준의 외형을 갖춰야 대정부 재정 협상력이 생긴다는 판단에서다. 부산시 윤정노 기획관은 “권한 보장 후 통합하자는 주장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특별연합으로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이 발판”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역시 〈부산일보〉 질의에 “행정체제 개편에는 공감하지만, 입법 절차, 이해관계 조정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 통합은 어렵다”고 답했다.

경남도는 중간 단계 없이 곧바로 행정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남도는 행정통합 직행에 앞서 3가지 선결 조건을 내걸었다. 주민투표 의무 실시, 국세의 지방세 이양을 통한 자치권 확보, 울산을 포함한 완전한 통합이다. 인프라 조성과 기업 유치에 필요한 실질적 권한과 예산을 중앙정부로부터 우선 넘겨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완수 지사는 최근 부울경 경제동맹 정책협의회에서 “부울경은 행정구역만 나뉘어 있을 뿐 이미 하나의 생활권이자 경제권”이라며 “세 지역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은 반드시 완수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경남도가 요구하는 권한 이양의 범위는 재정과 조직, 개발 인허가에 걸쳐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로 조정하고 국고보조금을 포괄보조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재정 부문의 핵심이다. 현행 비율은 7대 3에도 못 미치고, 국고보조금은 개별 사업마다 용도가 정해져 있어 자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자치입법권 확대와 조직·인사권 확보, 개발제한구역 해제권, 광역교통망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남해안 복합 규제 완화 등을 함께 요구한다. 통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하부 기관이 아닌 독립적 지방정부여야 한다는 논리다. 로드맵은 지난 1월 부산시와 합의한 대로 올해 행정안전부 건의를 통한 주민투표 실시, 2027년 특별법 제정, 2028년 행정통합 출범이다. 다만 경남도는 부산시장의 입장이 바뀐 만큼 재협의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규모 커질수록 ‘쏠림 효과’ 우려

시각차가 다른 배경에는 이른바 ‘빨대 효과’ 우려도 작용한다. 부산이 거점도시가 되면 인근 울산과 창원, 김해, 양산의 인구와 산업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5년 기준 울산의 재정자립도는 52.9%로 부산(48.6%)과 경남(39.2%)을 웃돈다. 산업단지 기반의 자체 세원이 타 지역 재정 보전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경남도 입장에서는 지역 내부 격차 역시 안고 가야 할 불안 요소다. 통합 후 인구 비례로 예산이 배분될 경우 서부 경남 소외 현상이 불거질 수 있다. 선례도 있다. 2010년 창원·마산·진해가 행정구역을 통합한지 16년이 지났지만 청사 위치와 지역 홀대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단순한 물리적 통합만으로는 지역 간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남도가 향후 갈등 방지를 위해 상향식 절차인 주민투표를 고수하는 배경이다. 지난 1월 도민 의견조사에서도 75.7%가 주민투표를 통한 상향식 통합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행정 권력 배분은 가장 민감한 뇌관이다. 현재 광역의회 정수는 경남 68명, 부산 48명, 울산 22명이다. 단일 의회에 인구 비례를 적용하면 울산의 발언권은 크게 위축된다. 과거 특별연합 당시 의원 균등 배분(각 9명)과 연합장 윤번제라는 우회로를 찾았으나 청사 위치와 권한·재정 문제 등으로 진통을 겪다 무산됐다. 의회와 집행부를 합치는 행정통합은 갈등이 한층 첨예할 수밖에 없다.

■전남광주·충청 ‘참고서’ 활용해야

타 지역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주·전남은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출범시키며 첫 광역단체 간 행정통합을 이뤘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촉매가 됐고, 선거를 통해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며 절차적 논쟁을 최소화했다. 충청권은 과거 부울경 모델인 특별지자체를 택했다. 대전·세종·충북·충남은 쟁점이던 연합의회 의석을 각 4명씩 균등 배분하기로 합의하며 충청광역연합을 출범시켰다. 반면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특별법 처리가 보류됐다.

통합 논의가 진전되려면 지역별 잠재적 손실 우려를 불식시킬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신라대 행정학과 박재욱 명예교수는 “한 지역이 이익으로 보는 것이 다른 지역에는 손실일 수 있는데, 과거 무산 당시에는 그 부분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박 명예교수는 “단기간의 물리적 통합에 얽매이지 말고 광역연합과 행정통합을 투트랙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단체장 중심의 합의를 넘어 주민투표 등 구속력 있는 기반부터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