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가 점점 이상하다. 분명히 멋있는데, 자꾸만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배우 김수현이 초능력을 사용하며 공간 이동을 해도, 시간을 멈춰도 다 괜찮았다.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은 애초부터 판타지라는 틀 속에 만들어진 외계인이었다. 현실성 없는 행동을 해도 다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는 다르다. 물론 우르크라는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하곤 있지만, 2016년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과 그 나라 군 체계를 드라마 속으로 가져왔기에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30일 방송된 ‘태양의 후예’ 11회에서는 M3형 바이러스 확진을 받은 윤명주(김지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 그녀를 살리기 위해 강모연(송혜교), 유시진(송중기), 서대영(진구)은 고군분투했다.
이 가운데 M3 바이러스 진료차 임시 진료실을 찾은 아구스(데이비드 맥기니스)는 치료제 2개를 가지고 나타났다. 그러면서 진영수(조재윤)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다며 그의 치료를 부탁했다. 반면 M3 바이러스 악화로 윤명주는 사경을 헤맸다. 그때 윤명주의 치료약을 싣고 오던 차량이 괴한에 의해 갇혔고, 유시진과 서대영은 진영수의 몸에서 빼낸 다이아몬드와 약품 차량을 맞교환했다.
그 사이 파티마가 의약품을 빼돌려 암시장에 판매한 혐의로 체포됐다. 강모연 역시 납치됐는데, 이는 모두 아구스의 소행이었다. 아구스는 파티마를 미끼로 강모연을 납치했다. 그러면서 오늘 새벽 북우르크로 넘어가 무기를 넘기면 강모연을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결국 유시진은 강모연을 구하기 위해 떠났다. 상부의 명령을 거역하면서까지 말이다. 물론 인질로 잡힌 국민을 구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는 일, 하지만 군인이라는 신분 아래서 유시진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앞서도 유시진은 상부의 명령을 거역하고, 강모연을 지켰다. 강모연이 아랍 수장의 수술을 진행하면서 국제적인 위험 상황에 놓였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시진 행동을 윤중장(강신일)은 묵인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달려드는 유시진의 모습은 너무나 멋있다. 모든 여성들이 바라는 판타지는 유시진, 그가 다 가지고 있다. 잘생기고, 매너 있고, 그러면서도 능글맞고, 또 능력까지 갖춘 데다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직진 로맨스’ 밖에 모르는 점. 하지만 더 이상의 판타지는 수용 범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
‘태양의 후예’는 이 같은 판타지를 현실성 있는 ‘인간애’를 품으면서 상쇄한다. 진영수를 구한 이치훈(온유)이 강민재(이이경)로부터 “아깐 좀 의사 같던데”라는 말을 들은 뒤 눈물을 흘리며 안도하는, 용서를 받은 듯한 기분을 느끼는 장면은 ‘태양의 후예’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강하게 보여줬다.
의사로서 한 단계 성장한 이치훈의 모습, 그리고 자연재해 속에서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던 두려움과 스스로를 향한 자학, 또 이 모든 것을 용서 받고, 용서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나오는 뭉클함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판타지와 현실의 감동을 오가는 ‘태양의 후예’가 앞으로는 또 어떤 기발한 판타지 요소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KBS2 ‘태양의 후예’ 방송 캡처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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