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2025-01-08 10:16:28
지난해 11월 신작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두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고 엄경근 작가의 유작전이 열리고 있다. 부산가톨릭방송 공개홀에선 23일까지 ‘별이 된 달빛 여정’ 전이 열린다. 지난해 예정돼 있었던 신작 작품들과 엄경근 작가의 대표 작품인 달동네 풍경까지 더해졌다.
이 전시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엄 작가를 그리워하는 지인들이 준비했다. 지인들은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작품 선정과 작품 설치까지 직접 진행했다. 이번 전시의 준비위원장을 맡은 진주 엄살롱의 김동희 씨는 “고뇌에 싸인 그 마음을 미리 알기 전에 별이 되어버린 님을 생각하고 바라보는 많은 분의 따뜻함으로 그곳이 마냥 춥지만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떠난 자리는 그리움으로 채워지지만, 보낼 수가 없어 마음 안에 잡아둔다”라고 전했다.
엄 작가가 떠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전시 준비위원들뿐만 아니라 그의 학교 제자, 엄살롱을 이용했던 시민도 여전히 그의 부재가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선 11일과 18일 오후 1시에 ‘엄경근을 보내며’라는 추모 행사도 마련해, 함께 엄 작가를 회고하고 잘 이별하는 기회도 갖는다.
11일 행사에선 소프라노 윤장미, 피아니스트 박성미, 첼리스트 정혜주, 바리톤 장병혁, 미술평론가 김종기 등이 공연과 강연에 나서고, 엄경근 작품집 출판 계획도 발표한다. 18일에는 우창수와 개똥이 어린이예술단의 공연이 열린다. 전시실에선 엄 작가의 인생과 작품을 소개하는 14분 분량의 영상도 볼 수 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부산의 달동네를 따뜻한 화풍으로 그려 ‘달동네 작가’로 불린 엄 작가는 지난해 11월 7일 향년 4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엄 작가는 학창 시절 동네 파출소는 죄다 가봤을 정도로 알아주는 문제아였으나, 고2 때 만난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을 시작했고 미술 교사 겸 화가가 되었다. 작가의 특이한 사연은 부산일보의 기획 인터뷰 시리즈 ‘인+간’(2011년 7월16일자)에서 ‘미술선생님 된 사고뭉치 꼴통’이라는 기사로 세상에 알려졌고, 전국구 유명세를 얻었다.
엄 작가가 소재로 삼고 있는 달동네의 모습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다는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아늑함이 느껴져 미술 팬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교육 활동과 미술 작업 외에도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대안 화실 ‘엄살롱’을 운영하기도 했다. 24시간 운영되는 이 공간은 누구나 와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엄 작가에게 그림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남해와 진주에 1, 2호 엄살롱이 운영되며, 다양한 연령대 일반인들이 엄살롱을 거쳐 전시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