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 2025-11-04 17:41:32
지난 2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재호(위)와 아버지 김용희 롯데 2군 감독. 롯데 자이언츠 제공·연합뉴스
“저의 모든 게 다 아버지로부터 비롯됐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지난 2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우승하던 날 김재호(우성종합건설)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 17년 만이자 210번째 대회에서 우승한 순간 그는 아버지인 프로야구 ‘미스터 롯데’ 김용희 롯데 2군 감독이 생각난 것. 김재호는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등번호 99번이 적힌 아버지 유니폼을 입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김재호는 “내 나이쯤 되면 캐릭터는 낭만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아내와 상의해 한 번 아버지의 유니폼을 입어봤다”고 밝혔다.
김재호는 KPGA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그는 43세 9개월의 나이로 KPGA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김재호가 골프를 시작하게 된 것은 할머니 때문이었다. 야구 선수 아들인 김 감독이 선수 시절 부상에 시달리는 것을 안타까워 하던 할머니가 손자 만큼은 야구를 하지 않았으면 원했고, 손자는 이를 따랐다. 대신 김재호는 골프를 선택했다. 야구를 그만두고 골프에 나선 김재호는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 받은 덕분일까. 고등학교 때 세미 프로테스트에 한 번에 합격하는 재능을 보이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후 선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8년 KPGA 투어에 데뷔한 김재호는 209차례 출전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2년 KPGA 선수권 공동 2위와 2019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해엔 사고로 몸을 다쳐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김 감독은 “다친 선수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기에 아들에게 별다른 말을 못 했다”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만 봤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들의 우승이 무엇보다 대견하다. 김 감독은 “늦은 나이임에도 인내하고 온갖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며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드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선수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호는 “아버지는 내가 선수 생활 하는 것을 좋아해서 우승 못할 때도 포기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셨다”면서 “죽을 때까지 골프를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