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주목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가상자산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법 방향에 맞춰 우리나라도 ‘가상자산 2단계법’을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13일 한국금융연구원 이정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가상자산 자본의 미국 집중화 현상을 불러올 수 있고, 미국의 제도가 가상자산 규제의 새로운 세계적 기준이 정착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기간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준비자산으로 비축하는 계획 등의 가상자산 시장에 친화적인 공약을 내놨다. 특히 가상자산규제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폴 앳킨스 전 SEC 위원, 정부효율성위원회(DOGE) 공동의장에 테슬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하는 등 가상자산에 친화적 인사들을 주요 정책 담당자로 지명했다.
그간 일부 국가에선 가상자산산업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8년 중국 정부의 홍콩 가상자산사업자들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 이후 사업자들은 규제가 약한 싱가포르로 이전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을 이행한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산업이 부흥할 것이란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면 자본의 미국 집중화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가상자산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선 국내도 가상자산 관련 입법 등 제도권 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이는 이용자 자산 보호와 거래 질서 확보에 중심을 둔 ‘1단계 입법’에 불과하다. 가상자산사업자와 인프라 육성·규제 등 ‘2차 입법’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산적한 상태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