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극심한 침체를 겪으며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던 부산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에도 꾸준히 하락하며 난항을 겪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지다 하반기부터 반등의 기미가 엿보일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종합적인 경제 지표가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서 별다른 변수 없이 하반기 반등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는 ‘상저하고’ 가능할까
지난해 부산 아파트값은 2.82% 하락하며 세종(-6.47%)과 대구(-4.99%)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3번째로 많이 떨어졌다. 반면 서울(4.5%)과 인천(1.26%) 등 수도권은 막판에 뒷심이 부족하긴 했지만 상승세를 탔다. 2023년 부산 아파트 가격이 8.73%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간 어느 지역보다 가파른 하락세를 타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부산 아파트값 하락세가 다소 주춤했고, 거래량도 3000건을 넘어서며 약보합 시장으로 전환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대출 규제와 함께 탄핵 정국이 몰아닥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정치적 혼란 탓에 상반기까지는 매수 심리가 위축되지만 하반기부터는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대학원장은 “서울은 지난해부터 반등을 했는데 부산은 계속 좋지 않으면서 가격적인 조정을 받을만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발맞춰 한국은행도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기에 상저하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특히 지방 건설·부동산 업계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떤 정권이 됐든 지방 위주의 시장 부양책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감소하면 매수 심리도 살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낙관론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랜드월스 김혜신 대표는 “경기 침체에 고환율, 고물가 등 갖은 악재가 수년간에 걸쳐 쌓여 왔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등을 기대할 수 없다”며 “지금 당장 집을 사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매수 시장에 진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올해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세 지속 전망
아파트 매매가격이 줄곧 하락한 반면, 부산 지역 전셋값은 지난해 0.36%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2023년 전셋값이 전년 대비 -10.64%로 대폭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영래 대표는 “부산의 전셋값은 7~8개월 전부터 하락 없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올봄 이사철 전후로 한 번 정도 크게 오를 수도 있다”며 “특히 양정자이더샵SK뷰(2276세대) 등 부산 신축 아파트의 입주가 상반기에 몰려 있다 보니 하반기로 갈수록 전셋값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혜신 대표 역시 “매매와 달리 전세는 계속해서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올해 내내 강보합 또는 약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원체 지역 부동산 시장의 매매가격이 다운돼 있다 보니 전셋값도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은 적다”고 짚었다.
■2년 뒤 본다면 투자도 추천
부산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 등 여건이 갖춰진다면 올 상반기 매수를 적극 고려해 보는 것도 괜찮은 투자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아대 강정규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을 분리해 금리를 적용하는 핀셋 대책 등이 검토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시기가 찾아온다”며 “정비사업이 신속히 추진되도록 하는 법·제도적 기틀이 다양한 형태로 마련되고 있기에 입지가 좋은 재건축·재개발 물건을 살펴본다면 투자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래 대표는 “탄핵 정국으로 인해 상반기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훑는 시기가 길어질 수 있다. 투자자나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매수의 적기”라며 “10~20년 정도 된 아파트들이 가격이 많이 떨어진 데 반해 아직 회복을 하지 못했다. 이런 물건들은 1~2년 뒤 회복 탄력성이 높아 주목해 볼만하다”고 설명했다.
서성수 교수는 “부산 아파트 가격이 앞으로 더 내려갈 수도 있지만, 현 상황은 그래도 무릎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며 “2년이나 4년 뒤를 보고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전세를 끼고 매수를 고민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