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트렉스타의 자금난이 불거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직원 140여 명의 임금 6억 원이 체불되기도 했다. 위기는 트렉스타의 강점과 약점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부산일보와 부산상공회의소 기업동향분석센터가 공동으로 트렉스타의 기업 가치와 미래 가능성 등을 점검하는 기업 분석 작업을 진행한 결과, 트렉스타는 여전히 뛰어난 기술력 등 장점이 많은 기업이었다.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도 여전히 통했다. 기술력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는 높았다.
반면, 내수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과 중장년 중심의 시장 포지셔닝이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매출 감소 위기를 겪는 일도 있었다.
■기술력-우수
트렉스타는 기술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다이얼로 신발을 조이고 푸는 보아 다이얼 시스템으로 신발은 끈으로 묶고 푼다는 고정관념을 넘어섰다. 2만 명의 족적을 스캔해 26개의 뼈와 33개의 관절이 편하도록 만드는 네스핏 기술도 여전히 소비자 호평을 받고 있다.
‘2020년 국제첨단신발기능경진대회’에서는 트렉스타의 파인더가 대상을 받았다. 파인더는 T-SPIKE(티-스파이크)라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것은 등산 코스의 상태에 따라 신발에 아이젠을 탈부착하던 불편한 방식 대신 신발 뒤축에 위치한 버튼을 올리고 내려 아이젠이 필요할 때 바로 넣고 뺄 수 있도록 만든 새로운 스파이크 기술이다.
트렉스타 권동칠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DC Kwon’(권 회장의 영문 이니셜을 딴 이름)으로 통한다. 트렉스타 인기가 해외시장에서 더 높아 각국의 전시회를 꾸준히 찾은 덕분이다. 특히 유럽에서 트렉스타는 ‘기술력 좋은 신발’로 확실히 자리잡고 있다.
■브랜드-보통
트렉스타는 2017년 아시아 시장 점유율 1위, 세계 아웃도어 신발 시장에서 14위에도 올랐다. 2015년에는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때의 영광에 비해 지금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당시만 해도 경쟁을 펼쳤던 국내 K사, B사 등은 폭풍 성장하며 내수 시장을 석권했다.
이런 결과는 트렉스타가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트렉스타를 아는 이들은 트렉스타를 찾는다’는 자신감이 어느덧 브랜드 이미지, 인지도 약화의 원인이 됐다. 아쉽지만 트렉스타의 재무 사정으로는 당장 이미지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시장 포지셔닝-약함
국내에서 트렉스타는 ‘중장년들의 신발’ 이미지가 강하다. 그 결과, 2030세대에 대한 소구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현재 2030세대보다는 중장년 소비자를 노린다. 권 회장은 “2030세대에게는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데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라며 “현재로선 자본력에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트렉스타는 가장 최근까지 원조 꽃미남 가수 김원준을 모델로 기용했다. 광고 카피 역시 ‘아빠는 장비빨’을 썼다. 중장년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이다.
트렉스타 단독 매장은 지난 5월 기준 64개다. 한때 150개에 달했던 것이 많이 줄었다. 당장은 단독 매장 확장 전략도 없다. 대신 편집 숍을 중심으로 제품을 확장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재무 환경-약함
트렉스타의 부채는 5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트렉스타는 경영난으로 임금이 체불되면서 사옥 매각 시도도 했다. 재무적 위기 상태다.
최근의 자금난은 수출 시장 부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트렉스타 현재 매출 700여 억원은 수출 시장 300억 원, 내수 시장 100억 원, 공공기관 납품 300억 원으로 구성된다. 트렉스타 주 수출처는 유럽인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 매출이 크게 줄었다.
2023년 745억 원을 기록한 트렉스타 매출은 지난해 518억 원으로 200억 원 이상 줄었다. 97억 원의 당기순손실도 났다.
■외부환경-보통
코로나19 시기 캠핑을 비롯한 아웃도어 인기가 높았다. 당시는 트렉스타가 해외에서 매출을 많이 올린 시기였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아웃도어 인기가 이어진다고 예상해 재고 확보에도 집중했다. 하지만 수출이 줄었고 재고 처리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최근엔 탄핵 사태로 특수화 매출 역시 쉽지 않았다. 주 캐시카우인 군화와 경찰화 등 공공기관 납품이 계약이 지연되면서 현금 유동성이 막히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 공공기관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