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기관 연구원 못 옮긴다며 우주항공청 본청을 옮기라고?

입력 : 2025-06-18 1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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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사천지역구 서천호 의원
항공우주연구원·천문연구원
사천시로 이전 개정안 발의하자
해당 노조·충청 정치권서 반발
1년 된 본청 세종 이전 주장까지

지난달 27일 정부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에서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우주항공청 개청을 기념해 제정한 이날 첫 기념식은 경기도에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경남의 여론이 악화되자 급히 개최지를 사천으로 바꾸는 등 소동을 겪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정부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에서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우주항공청 개청을 기념해 제정한 이날 첫 기념식은 경기도에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경남의 여론이 악화되자 급히 개최지를 사천으로 바꾸는 등 소동을 겪었다. 연합뉴스

우주항공청 산하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을 경남 사천시로 이전하자는 우주항공법 개정안(부산일보 2025년 6월 18일 자 10면 보도)이 발의되자 충청도와 대전시가 반발하고 나섰다. 산하기관이 본청 입지를 논하며 도로 세종시로 가져와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자, 경남도와 사천시는 ‘선을 넘는 발언’이라고 발끈했다.

18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7일 국민의힘 서천호(사천남해하동) 의원이 우주항공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직후 대전시 연구원과 정치권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과학기술노조 항우연 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개정안을 지역 이기주의로 뭉친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지역 이기주의에 눈먼 법안들은 우주개발과 국방력을 저해할 뿐”이라며 “우주항공청을 우주항공처로 승격시키고, 항우연과 천문연이 위치한 대전 인근 세종에 위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도 같은 날 “대전은 연구개발, 경남 사천은 산업기반, 전남 고흥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균형 발전의 모범을 꾀하려던 당초 취지를 무시하고, 특정 지역으로의 기관 집중을 시도하며 충청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입을 맞췄다. 이들은 특별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우주항공청의 R&D 기능을 분리해 연구개발본부를 대전에 신설하라고 촉구했다.

충청의 정치권도 이들 노조의 요구에 덩달아 개정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국민의힘에 즉각 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대전시당은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충청 지역 국회의원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현재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소속 충청 지역 의원 3인은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하 기관이 이전에 반대하며 본청을 옮기라는 발언을 내뱉자 경남과 사천시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정색했다. 이제 겨우 지역 제조업계와 손발을 맞추기 시작한 우주항공청의 입지를 뒤흔들 수 있는 우려까지 나온다.

우주항공청은 지난해 5월 사천시에 들어섰고 1년여 동안 지역 사회와 호흡하며 어렵사리 뿌리를 내렸다. 최근에는 우주항공청 신청사 입지가 경남항공국가산단 사천지구로 확정됐으며, 앞으로 우주항공 복합도시 특별법 입법도 추진된다. 빠르면 내년쯤에는 우주항공청 부지 매입도 시작될 예정이다.

서 의원의 법안은 이 같은 수순에 발맞춰 인프라 집중을 논의하면서 발의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주항공청 입지를 놓고 지역 이기주의라는 볼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서 의원은 “프랑스 툴루즈는 국가우주센터를 중심으로 15분 거리 안에 모든 시설이 집적화돼 있고 그래야 우주항공산업 발전이 있다”며 “법안이 발의되면 응당 그에 따른 논의와 조율의 과정을 거친다. 법안이 발의되자마자 하루만에 본청 위치까지 옮기라는 건 입법 과정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특히 우주항공청 세종 이전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선을 그었다. ‘꼬리(연구원)’가 움직이기 힘들다고 ‘머리(본청)’을 움직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의미다.

박동식 사천시장 역시 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지지했다. 박 시장은 “ 수도권 연구원을 분소 형태로 우주항공청 가까이 이전해 글로벌 우주항공도시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사천이 우주항공청 적지가 아니라는 항우연 노조의 주장도 반박했다. 이미 사천시의 국내 우주항공산업 점유율은 2022년 기준 과반을 넘어섰고, 관련 생산액도 국내 70%를 넘어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시장은 “관련 산업 점유율이 사천의 입지를 말해주는데 수도권에서 멀어진다는 이유로 적지가 아니라는 건 중앙집권적 사고”라며 “산하 연구원이 이제 1년 된 우주항공청을 이전하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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