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이 문을 활짝 열고 시민 품에 안겼다. 시민들은 새로운 공연장 안팎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공연에 환호하며 초여름을 낭만으로 채웠다.
■1600명이 함께한 개관 기념 공연
지난 20일 오후 7시 30분 부산진구 연지동 부산시민공원에 자리한 부산콘서트홀. 합창단석을 제외한 1600여 좌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개관 기념 공연 ‘하나를 위한 노래’가 시작됐다. 숨죽인 채 공연 시작을 기다리던 관객들은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 단원들이 입장하자 박수로 환영했다. 잠시 뒤 클래식부산 정명훈 예술감독과 바이올리니스트 사야카 쇼지, 첼리스트 지안 왕이 들어서자 관객들의 기대감은 절정에 달했다.
부산콘서트홀을 울린 첫 공식 작품은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 C장조 작품번호 56. 첼로와 바이올린, 피아노가 강렬하거나 묵중하게, 혹은 경쾌하게 화음을 주고받았다. 특히 피아노 앞의 정명훈 예술감독은 연주자와 지휘자의 자리를 오가며 스스로의 이름값을 증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휴식 뒤 이어진 2부에서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로비에서 만난 부산 북구 주민 이주희 씨는 “클래식의 맛을 조금은 알게 된 시간이었다”며 “부산콘서트홀을 종종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개관 기념 공연이 열린 이날 행사엔 콘서트홀 조성에 기여한 각계 인사와 사전 신청과 추첨을 통해 뽑힌 시민 등 1600명이 함께했다.
공연에 앞서 부산콘서트홀 주출입구 앞 야외에서 내빈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다. 바이올린 영재 이지안 양의 축하 공연과 클래식부산 박민정 대표의 경과 보고, 박형준 부산시장의 기념사, 문화체육관광부 용호성 1차관의 축사 등이 이어졌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들은 단체 사진을 찍으며 개막을 기념했다. 콘서트홀에 설치할 파이프오르간 검수를 위해 독일 프라이부르크를 직접 다녀왔다는 박철중 부산시의원은 “마치 내 자식이 태어난 것 같다”는 표현으로 기쁨을 전했다.
■주말에도 이어진 기립박수
지난 21일 시작된 개관 기념 페스티벌은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오후 3시에는 개관 기념 공연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하나를 위한 노래’가 다시 한 번 펼쳐져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장맛비 속에서도 부산의 새 랜드마크를 찾은 관객들은 하나같이 설렘 가득한 표정이었다. 동래구에서 온 시민 김채은 씨는 “‘합창’과 같은 대규모 공연을 부산에서도 완성도 높게 즐길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은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인 이탈리아 ‘라 스칼라’의 극장장인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가 부산콘서트홀을 찾아 기자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오르톰비나 극장장은 “부산오페라하우스나 콘서트홀이 성공하기 위해선 부산 시민들이 ‘저건 우리의 것’이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이 합창단이 꾸려지고 엄마, 할머니가 봤을 때 흐뭇해 하는 걸 상상해 보라. 이건 도시를 위한 엄청난 프로젝트이고, 도시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5시에는 정명훈이 이끄는 APO와 피아니스트 조성진, 오르가니스트 조재혁이 ‘황제 그리고 오르간’을 선보였다. 1부에서 조성진은 힘차면서도 매끄럽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그가 만들어낸 피아노 잔향은 콘서트홀의 모든 공간에 아낌없이 흘러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부에선 조재혁이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으로 APO와 협연했다. 비수도권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최초로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이 드디어 첫 음을 울리며 위용을 과시했다.
부산콘서트홀은 23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함께하는 ‘베토벤과 낭만’ 공연을 여는 등 오는 28일까지 개관 기념 페스티벌을 이어간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