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부산에서 만난 '봉오도리' [마루타 기자의 부산 후일담]

입력 : 2025-08-25 18: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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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여객터미널서 일본 축제 재현
양국 민간 교류 소중함 엿볼 수 있어

마루타 미즈호 서일본신문 기자 마루타 미즈호 서일본신문 기자

최근 일본의 여름이 터무니없이 덥다. 각지에서 섭씨 35도 이상의 폭염이 계속 되어, 관동 지방에서는 이달 초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인 섭씨 41.8도를 기록했다. 일본을 떠나 올 여름은 부산에서 쾌적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부산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워서 놀라고 있다.

일본의 여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불꽃축제를 비롯한 각 지역의 다양한 여름축제들이다. 이상기후 때문에 행사 일정이 잇따라 변경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런 가운데 나는 최근 부산에서 일본 여름축제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일본의 축제 스타일을 재현한 ‘와보이소 마츠리(축제) 2025’가 지난 16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이벤트홀에서 열렸다. 주최한 곳은 부산을 거점으로 한일교류 이벤트를 기획하는 사단법인 ‘부산사랑’. 행사장에 매달린 초롱과 핫피(法被, 일본에서 축제 때 입는 전통 의상) 차림의 스태프들을 보며 단숨에 축제 분위기를 느꼈다. 3회째를 맞는 올해는 타코야키 등의 포장마차와 다양한 체험 코너를 포함해 약 40점의 부스가 입점. 물에 뜬 작은 풍선을 낚아 올리는 요요 낚시 등 축제 단골 놀이에 아이들은 즐겁게 도전하고 있었다.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기도 해, 행사장 중앙에서는 한일 방문객이 함께 참여하는 ‘봉오도리’(盆踊り)가 기획됐다. 봉오도리란 여름 오봉(お盆, 일본의 여름 명절) 시기에 조상을 공양하기 위한 춤으로, 예로부터 이어지는 일본의 풍습이다. 원래 북이나 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유행가나 애니메이션 송 등 현대의 음악과 댄스를 접목한 ‘NEO봉오도리’가 유행하고 있다.

‘와보이소 마츠리’에서도 이것을 도입해, 지금 재유행하고 있는 80년대의 곡 ‘댄싱·히어로’나 ‘도라에몽 선창’에 맞추어, 연령이나 국적을 넘어 함께 봉오도리를 즐겼다. 한국인들이 보고 흉내 내고 몸을 한껏 움직이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지난 6월 한국 대선 당시 후보자들의 집회에서 각 진영과 지지자들이 노래와 춤으로 단결을 강화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런 한국인의 정서에 NEO 봉오도리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유카타를 빌려 입고 봉오도리에 참여한 부산의 30대 여성은 “일체감이 있어 좋았다. 한국의 축제는 먹는 것이 메인이지만, 일본의 축제는 체험형이 많아 재미있다”라며 한일 축제의 차이를 만끽하고 있었다.

최근 한국의 여론 조사 기관이 일본의 인상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젊은층의 70% 이상이 일본인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정권 교체로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일본인들을 직접 대하고 문화를 접해 온 젊은이들은 역사나 정치 문제를 따로 떼어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100명이 넘는 한일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이번 축제에는 약 1400명의 손님이 방문했다. 마치 앞서 언급한 조사 결과의 방증인 것처럼, 쌓인 민간 교류의 성숙함과 소중함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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