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결수 사망 사건이 발생한 부산 사상구 주례동 부산구치소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구치소 재소자 폭행 사망 사건(부산일보 2025년 9월 24일 자 1면 등 보도) 후 약 5개월 만에 또 다른 재소자가 동료 재소자들에게 집단 폭행과 성추행 등 학대를 당한 사건이 알려졌다. 교정 당국은 두 달 동안 수감자가 괴롭힘을 당했지만 전혀 인지를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재소자 사망 사건 이후에도 부산구치소 내 인권 침해가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부산구치소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부산 사상구 부산구치소에서 30대 재소자 A 씨가 동료 재소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 씨는 신고 접수 당일 다른 수용실로 분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지난해 12월 17일 법정구속된 뒤 약 일주일 뒤부터 약 두 달 동안 같은 수용실을 사용하던 재소자 4명에게 지속적인 폭행과 성추행 등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가족들은 최근 면회 과정에서 폭행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A 씨는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해 현재 걸음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추행 피해도 있었지만 보복을 우려해 신고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구치소 측은 옆방 수용실 재소자들이 폭행과 신음을 들었다고 신고하면서 뒤늦게 폭행 사실을 인지했다.
이들은 구치소 측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가해자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A 씨의 할아버지는 지난달 27일 부산구치소 앞에서 1인 시위를 열고 구치소의 관리 부실을 규탄했다. 구치소장 면담과 A 씨의 외부 민간병원 진단도 함께 요청한 상태다.
교정시설 폭행은 ‘관리 사각’ 지역에서 발생한다. 같은 방 내 이른바 ‘방장’이라고 불리는 수용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위계가 형성되고, 교도관이 24시간 통제 못 하는 시간대에 폭행과 집단 괴롭힘이 발생한다. 과밀 수용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기준 부산구치소의 수용률은 158.1%로, 전국 55개 교정시설 중 수용률이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은 128.5%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해 재소자 사망 사건 이후 부산구치소가 마련한 ‘요주의자 분리’ 등 대응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국대 곽대경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교정시설 내 비공식 서열 구조가 약자 인권침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 신고에 의존하기보다 피해 수용자가 권리 침해 사실을 간편하고도 신속,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는 실질적인 파악·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