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안무가전 대상 김미란

입력 : 2003-12-19 00:00:00 수정 : 2009-02-19 19: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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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분명한 춤꾼

박순영이 부산의 발레계에선 이미 잘 알려진 춤꾼으로,그 성과를 이제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면 김미란(29)은 그야말로 어느날 불쑥 등장한 한국춤꾼.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자리를 옮긴 김현자 교수의 부산대 마지막 제자로 졸업과 동시에 부산시립무용단에 입단한 그는 7년째 시립무용단의 군무진에 묻혀 있었다.

그런 그가 대타로 나서게 된 신인안무가전에서 '꽃을 꺾어본 적이 있습니까?'로 덜컥 대상격인 작품상을 받은 것.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출품 제의를 받기 일주일 전쯤 민족미학연구소의 젊고 푸른 춤꾼 한마당 작품을 구상 중이었고,마지막 날 마지막 공연이어서 무대를 맘껏 활용할 수도 있었구요. 또 상에 대한 욕심이 없었으니 내 맘대로나 해보자 싶었던 것도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대학 졸업작품 이후 첫 안무작으로 큰 상을 받고도 그는 덤덤하다. '하고 싶은 말을 춤으로 표현할 수 있어 속이 후련하다'면서.

그러나 주위의 평가는 좀 다르다. 시립무용단 안무자 홍기태씨는 '자신의 의견을 펼칠 줄 아는 색깔이 분명한 춤꾼'이라고 그를 평했다. 또 '잠재력이 충분한 열의있고 진지한 춤꾼이었다'는 게 기획 박소윤씨의 말.

그가 춤을 시작한 것은 남들보다 한참 늦은 고등학교 2학년 때,무용 선생님이 끌고간 대학 동인단체의 춤 공연장에서 그는 무대 위에서 가위를 들고 머리를 자르는 무용수의 몸짓에 전율을 느꼈고,'저걸 니가 하는 거야'라는 무용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진로를 결정하게 됐다. 두 달간의 투쟁 끝에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그는 그 후 지금까지 춤을 추지 않는 자신을 생각할 수 없게 됐다. 무대 위에서보다 혼자 춤출 때 더 신나고 즐거운 그는 작품을 하면서 한 뼘 쯤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생각이 정리되면서 나와 타인들에게 너그러워졌고 도와주는 이들을 만나 세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자신감이 생겨 너무 좋다'는 것. 또 그는 좋은 춤을 추려면 춤 외에도 많은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다부지게 말한다. 춤은 단지 예쁘게 추는 동작이 아니라 속에서 올라오는 생각들,부족하기만 한 말을 몸으로 정리하고 표현해내는 것이라면서.

신인안무가전 대상작을 2인무로 재구성해 17,18일 다시 무대에 올린 그는 내년엔 우선 석사논문을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성대 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또 자신의 30대는 안무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속에서 올라오는 말이 있을 때,지금처럼 많이 고여있을 때만 작품을 만들 생각입니다.'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김아영기자

yeong@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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