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연극·음악' 3박자 갖춰 당찬 여성 그려내다

입력 : 2006-08-29 00:00:00 수정 : 2009-01-29 22: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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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시어터 集 '진흙' 다음달 1일 문화회관 공연

댄스 시어터 集이 '진흙' 공연 연습에 한창이다.

"난 어둠 속에서 살아,불가사리처럼. 내 눈은 희미한 빛 밖에 못봐. 그 빛은 희미하지만 날 사로잡아.그 빛을 그리워해. 그것을 위해 죽을 수도 있어."

일요일이던 지난 27일 늦은 저녁 부산시립무용단 연습실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있었다. 연습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니 부산시립무용단,시립극단,시립국악관현악단,시립교향악단의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 있었다. 무슨일일까?

이들은 내달 1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리는 댄스 시어터 '集'의 '진흙'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무용단 이름인 모을 집(集)자는 연극,춤,음악 등 다양한 분야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새로운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의미.

하지만 각기 활동 시간과 영역이 다른 시립 예술단의 4개 단체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의 연습은 주로 심야나 주말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누군가가 내 지갑에서 돈을 가져갔어." "내가 가져갔어." 연습실 한쪽에서는 시립극단 단원 이혁우씨와 연극배우들이 열을 내며 연습에 열중이다. 검은 천 속에서는 무용수들의 군무가 꿈틀거린다. 그 안에서 무용수들은 펄떡펄떡 뛴다. 안무를 맡은 김미란씨가 "음악 더 빨리"라고 외치자,시립국악관현악단 최윤희의 아쟁과 시립교향악단 이세호씨의 신디사이저 소리가 퍼져나온다. 새로운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페미니즘 작가인 마리아 아이린 포넨스가 쓴 연극대본을 원작으로 삼았다. 원래 '진흙'은 한 여성의 가난과 무지한 삶에 관한 이야기. 안무가 김미란씨는 원작의 틀만 가져왔지 줄거리와 결말이 다르다고 밝힌다.

김씨는 "여자가 남자탓 환경탓만 해서는 안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다음번에는 미술도 포함시켜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에 참여한 시립극단 단원 이혁우씨는 "현장 음악과 함께 연극,무용이 조화를 이루며 다른 장르에 대해 좀더 알아가는 즐거운 계기가 되고 있다. 연극과 무용이 한 작품에서 각각 다른 장면에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한 장면에 같이 나오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017-570-3971. 박종호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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