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산 능선은 '바알간' 단풍을 둘러쓰고 있는 건너편 가지산 자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가을의 전령' 단풍의 남하 속도가 꽤 빠르다.
이달 초 중부지방부터 시작된 단풍은 절정을 향해 치달으며 어느덧 우리 주변에까지 스미고 있다. 우연히 쳐다 본 뒷산의 색깔이 어제와 다름을 발견하곤 흠칫 놀라게 되는 것은 이즈음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경험이리라.
가지산·쌀바위 모습 '병풍' 펼쳐놓은 듯
된비알 산행·오솔길 운치 '색다른 경험'
부산지역에서 가까운 산들 가운데에도 제법 고도가 있는 무리들은 벌써 머리부터 허리까지 발갛게 물들이고 있다. 아마도 이번 주말을 고비로 발끝까지 단풍 물을 들이며 절정을 넘어가는 산들도 꽤 있을 듯하다.
한지에 먹물이 스미듯 모르는 새 우리 곁까지 물들이고 있는 단풍을 찾기 위해 가까운 산을 뒤졌다. 부산에서 1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산들 가운데 비교적 덜 알려진 산을 찾는다고 찾은 산이 바로 언양의 오두산(해발 825m)이다.
오두산은 산 자체가 지닌 단풍을 구경하는 맛도 그만이지만 주변의 산들이 염색을 한 듯 뿜어내는 '바알간' 빛깔이 한 데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풍경을 구경하는 맛이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다 오르막 곳곳에 제법 기다란 밧줄이 드리워져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된비알을 치고 올라가는 맛도 남다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이르고 난 뒤 마주칠 수 있는 단풍나무 오솔길의 운치도 여느 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그것이 아니다.
원점회귀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된비알을 오르고 난 뒤 별다른 내리막을 경험하지 않고 산행을 끝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을 상쇄한다.
산행은 양등리 버스정류장~마을회관~노거수~전망바위 3개~오두산 정상~전망바위 이정표~다리~갈림길~배내고개로 이어지는 코스를 따라 이뤄진다. 배내고개에서 산행 들머리인 양등리 버스정류장까지 제법 멀기 때문에 자가용 이용자의 경우 차량 회수를 위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좋다. 위성항법장치(GPS)의 도상 거리는 8.2㎞.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 들머리인 양등리 버스정류장에서는 가지산 주유소 왼쪽 옆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들어간다. 멀리 오두산과 매봉의 모습을 보면서 10분 정도 간 곳에서 도로를 건너 양등길이라고 적힌 표지를 따라 마을로 접어든다. 5분 뒤 큰 나무와 평상이 보이고 바로 앞에 마을회관이 나타나면 마을회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간다.
노랗게 물든 논을 따라 4분 정도 더 간 지점에서 왼쪽으로 오래된 집이 하나 보이면 집 오른편을 따라 산쪽으로 난 길을 이용해 산으로 올라간다. 얼마 가지 않아 앞쪽으로 무덤이 보이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간다. 바로 앞쪽에 수령이 200년은 족히 넘었을 법한 큰 소나무가 마치 손가락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우뚝 서 있다. 이 노거수(老巨樹)를 지나 양편으로 산죽이 나 있는 길을 계속 오르는 것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10여분 뒤 왼쪽 바위 위에 올라서자 밝얼산의 모습과 함께 매봉이 눈에 들어온다. 한 눈에 보기에도 산의 빛깔이 제법 불그스레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15분 정도 오르막을 더 올라가자 오른쪽으로는 멀리 고현산의 모습도 들어온다. 밝얼산보다 고현산의 단풍이 더 발갛게 물들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수풀 사이로 보이는 고현산의 모습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10분 새 무덤을 잇달아 두 군데나 지나고 난 뒤 5분 정도를 더 가자 오른쪽으로 가지산과 쌀바위의 모습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전방바위가 나온다. 눈앞은 온통 붉은 빛의 향연이다. 오른쪽 멀리 고현산의 발그스레한 모습도 여기서는 잘 보인다.
다시 5분 뒤 또 하나의 전망바위에서 가지산 방면의 절경을 눈에 담고 산의 사면을 따라 왼쪽으로 돌아가자 10여분 뒤 앞쪽으로 오두산이 보이는 전망바위가 또 하나 나온다.
약간은 평평해진 산길을 따라 20분 정도를 더 간 곳에서 본격적인 된비알이 시작된다. 15분 뒤 첫 번째 밧줄 구간. 밧줄에 몸을 반쯤 의지해 올라가자 다시 전망바위가 나온다. 단풍으로 물든 산의 원경을 즐기기에 최적인 지점이다.
다시 전망바위를 출발해 20여분 동안 두 곳의 밧줄 구간을 오르는 된비알을 만난다. 자연스레 앞만 보고 올라가게 되는 이 구간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난코스. 숨을 헐떡이며 이 코스를 지나고 나면 어느새 오두산 정상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정상에서는 오른쪽으로 길을 꺾어 진행한다. 여기서부터는 완만한 길의 연속이다. 오른쪽 앞 멀리 능동산까지 보이는 경치를 즐기며 쉬엄쉬엄 걸어간다. 30분 정도 능선을 따라 걸어간 지점에 이르자 이번 산행에서 처음 눈에 띄는 이정표를 발견한다. 2시 방향으로 배내고개로 가는 오솔길이 보이고 11시 방향으로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 방면으로 갈 수 있는 오르막길이 보인다. 산행 날머리가 있는 배내고개는 이정표로부터 1.6㎞ 거리.
배내고개로 가는 오솔길로 접어들자 단풍이 터널이라도 이룬 양 시야를 감싼다. 마치 산책을 하는 듯 단풍을 감상하며 걸어가다 보면 등산을 왔다는 사실조차 잠시 잊게 된다. 7분여 뒤 잘록하게 위로 설치된 나무다리를 하나 건너고 다시 20분을 더 가자 왼쪽으로 나무계단이 설치된 것이 보인다. 왼쪽은 배내봉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으로 나무계단을 따라 배내고개 방면로 내려가면 5분 뒤 배내고개에 닿는다. 왼쪽 멀리 재약산과 향로산의 모습부터 바로 앞쪽의 능동산까지 펼쳐져 있는 산줄기가 다 보인다.
시간과 체력이 남는다면 산행 날머리인 배내고개에서 오른쪽으로 도로를 따라 버스 종점이 있는 석남사 방면으로 내려가 보는 것도 좋다. 15~20분쯤 걸린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2,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