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이 희망이다] 19. 낙민동 안민초등

입력 : 2010-06-25 09:43:00 수정 : 2010-06-29 11: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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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혼자서도 공부 잘해요"

안민초등학교 학생들이 자기주도 학습노트를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각종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하루 학습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학업 성취도는 공부 시간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비효율적으로 공부한다는 얘기다. 

사교육에 크게 의존하고, 주입식 교육에 길들어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물고기를 낚는 법'보다 '잡아주는 물고기'를 바구니에 담는 데만 익숙해져 있다. 이런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자기주도 학습'이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부터는 대학은 물론 외국어고와 특목고들도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중요한 입시 전형 자료로 활용키로 했다. 

학습일기장으로 하루 시작
계획 세워 공부 결과 평가
자기주도 학습 효과 만점


자기주도 학습은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고,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기 스스로 학습할 경우, 같은 시간을 학원에서 공부할 때보다 2배의 학습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자기 주도 학습 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산 동래구 낙민동 안민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 공부, 혼자서도 잘해요!

안민초등학교 학생들의 하루 일과는 가방에서 손때 묻은 학습 플래너를 꺼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안민 자기주도적 학습 플래너'라고 이름 붙여진 이 '학습 일기장'을 펼쳐 그날 하루 자신의 학습 계획을 세우고, 이를 정해진 기입란에 적어 넣는다. 학생들은 오늘 하루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를 미리 훑어보고, 매 수업이 끝나면 배운 내용에 대한 요약 정리와 함께 스스로 평가도 곁들인다. 어떤 부분이 이해가 잘 안됐는지, 자신의 공부 태도는 어땠는 지 반성해 보고 다음에 보완해야 할 학습 계획도 덧붙인다. 일기를 겸해 하루 생활에서 인상 깊었던 점과 친구들과의 소소한 이야기들도 글로 남긴다.

이렇게 작성된 매일의 학습 일기는 가정에서 학부모들이 확인해 소감을 남기고, 이들 다시 교사가 확인해 총평을 통해 칭찬하고 격려한다.

작은 노트 한 권이지만 이 학습 일기장은 학생들에게 1년 공부의 로드맵이자 학습 과정을 담은 포트폴리오가 된다. 이 노트는 학생들의 학습 태도에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5학년 한상언 군은 "처음에는 노트를 펼치면 도대체 뭘 적어야 하는지 어렵고 막연하기만 했는데, 매일 아침마다 계속 쓰다 보니 이제 내가 뭘 공부해야 할지 차츰 이해가 되고, 실천도 더 잘하게 됐다"며 "평소 시험에서 평균 90점을 한 번도 넘어보지 못했는데 학습 일기장에 목표를 쓰고 계획을 세우니까 의지도 생기고, 공부량을 채우게 되면서 지난 중간고사에서는 드디어 90점을 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이 학교가 자기주도 학습 플래너를 도입할 때,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것 할 시간에 차라리 수학문제 하나라도 더 푸는 게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다.

학부모 최강주(44·여) 씨는 "처음에는 이게 결국 학부모 숙제 아니냐는 부정적인 생각도 있었지만, 학습 플래너를 통해 우리 아이가 학교 수업을 과연 잘 따라가고 있는지, 수업 태도는 어떤지를 엿볼 수 있어 아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공부 계획을 점검해 주고 조언도 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라!

이 학교는 올해부터 '자기주도 학습 프로그램'을 주당 1시간씩 정규 교과에 편성해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이 시간에는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 학습의 이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목표 및 시간관리 기술, 집중력 향상법, 과목별 학습방법, 시험 대비법 등을 가르친다.

자기주도 학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저학년 학생들을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를 키워주기 위해 전문 독서논술강사가 참여하는 독서교육을 실시한다. 교사들은 다양한 교수학습 능력을 개발하고, 자기주도적 학습 지도안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학생들에게 '무조건 열심히 공부하라'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왜 공부해야하는지'를 가르치고 스스로 동기화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송외순 교장은 "자기주도적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적 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동기를 일깨우고 습관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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