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암 오른편 원효대에서 내려다보면 낙안읍성과 동교저수지, 낙안벌이 넓게 펼쳐진다. 그 너른 들을 병풍산 장군봉 백이산 등이 산군을 이뤄 느슨하게 둘러싸고 있다.'산&산'이 소개하는 세 번째 휴양림 산행 코스는 전남 순천시 낙안면의 낙안민속자연휴양림이다. 오봉산(591m)과 함께 낙안 2대 진산으로 불리는 금전산(668m)의 동남쪽 기슭에 안긴 낙안민속자연휴양림에서는 삼림욕과 금전산의 풍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인근의 낙안민속촌, 순천만 갈대밭 등 문화·생태체험 코스는 덤이다.
금전산(金錢山), 왠지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金井山)과 발음은 물론 산세도 비슷하지만, 뜻은 완전히 다르다. 순천의 금전산은 쇠 금(金)과 돈 전(錢), 돈을 의미하는 한자로만 이름 지어졌다. 이 산의 옛 이름은 쇠산이었으나 100여 년 전부터 금전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산 이름이 바뀐 것은 풍수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낙안읍에서 금전산을 올려다보면 영락없는 쇠 금(金) 자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산이 햇빛을 받으면 금빛으로 빛난다고 해서 '쇠돈산'으로 불리다, 어느 때부터인지 모르지만 금전산으로 개칭됐다는 것이다. 금전산의 지세 때문에 순천에서 로또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왔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도 전한다. 덕분에 금전산은 현지에서 '로또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산행 코스는 불재 버스정류소~약사암 갈림길~구능수~투구 모양 바위~590봉~궁글재 이정표~557봉~금전산 정상~금강암~원효대~산신각~전망대~묘지~물탱크~낙안민속자연휴양림~휴양림 매표소 순이다. 총 6㎞ 구간으로 3시간 30분 걸렸다.
특이한 지세 '복권 명당' 명성
쌀 나왔다는 '바위 구멍' 눈길
관음상 부드러운 곡선 관능적
민속촌·순천만 갈대밭은 '덤'
산행 들머리는 불재 버스정류소다. 불재는 낙안읍에서 순천 시내로 가는 58번 지방도로 상에 있다. 고갯마루 우측에 임시주차장이 있고 왼쪽으로 임도가 산으로 연결된다. 버스정류소에서 낙안민속자연휴양림 방면으로 50m 정도 되돌아가다 등산로 표지를 보고 산언저리로 붙는다.
몸도 풀 겸 완만한 경사의 흙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는다. 말로만 듣던 남도의 가뭄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흙길은 바짝 말라 먼지가 부풀거렸다. 15분가량 올라가니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오른쪽 오르막길을 잡아 5분을 더 올라가면 임도 사거리가 나온다. 약사암 갈림길이다.
약사암으로 가는 왼쪽 길을 버리고 직진하면 길은 곧 우측 산허리를 감아 오른다. 넓은 암석지대를 만나 통과하면 산자락에 병풍 바위들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왼쪽 약수터를 지나 오른쪽으로 작은 둔덕 하나를 오르면 바로 '구능수'다. 우람한 바위 벽 아래에 사람 한두 명이 들어갈 크기의 동굴이 있고, 2~3m 위쪽 바위벽에도 작은 냄비 뚜껑만 한 구멍이 파여 있다.
일명 쌀바위로 불리는 구능수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예전에 이곳에서 수도하던 한 처사가 있었는데, 바위 위 구멍에서 하루 분의 쌀이 매일 나와 연명을 했다 한다. 하루는 손님이 찾아와 식량이 모자라자 쌀이 더 나오게 하려고 부지깽이로 구멍을 쑤셔대자 쌀 대신에 쌀뜨물만 흘러내렸다고 한다.
구능수에서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5분 정도 오르자 길은 가팔라진다. 등산로 우측 조금 아래 돌출된 바위 전망대가 시야에 들어와 살며시 올라서본다. 멋진 조망처다. 불재 너머 오봉산(591m)과 호사산(522m)이 차례로 도열한다. 뒤돌아 서 올라야 할 봉우리를 가늠하니 산허리에는 마치 투구의 뿔처럼 생긴 거대한 바위 하나가 시선을 빼앗는다.
다시 5분가량 가파른 길을 치고 올라 드디어 590봉우리에 올랐다. 돌탑을 막 쌓기 시작했는지 돌덩이들이 널브러져 기단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부터 궁글재까지 내리막이다. 궁글재로 가는 길 곳곳에서 시원한 전망이 터져 나온다. 능선 아래로 낙안읍성과 동교저수지, 낙안벌이 넓게 펼쳐진다. 그 너른 들을 병풍산 장군봉 백이산 등이 산군을 이뤄 느슨하게 둘러싸고 있다.
궁글재에서 왼쪽 길로 하산하면 낙안민속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정상을 1.2㎞ 남겨두고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 다시 오르막을 치고 올라, 557봉과 이정표를 지나니 큰 돌탑과 비석이 나온다. 정상이다. 정상은 숲에 가려 전망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아쉬울 것은 없다. 정상까지 오는 길에 조망의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기도 했거니와, 남은 여정에서 산수화를 방불케 하는 조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잠시 휴식한 뒤 금강암 방면으로 내려간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헬기장이 보인다. 이곳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 남쪽으로 오봉산과 제석산이 뚜렷하고 서쪽 산자락 아래에는 낙안벌과 낙안읍성이 보인다. 그 너머로 호남정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헬기장에서 15분가량 내려오니 거대한 바위 틈 사이 움푹 들어간 곳에 작은 암자가 자리 잡았다. 절집이라기보다는 소박한 살림집 같다. '금강암(金剛庵)'이라 써 붙인 현판만 없다면 도무지 절인지 알 방법이 없다. 주석하는 스님은 "외양은 초라해도 대단한 역사를 지닌 암자"라고 자랑한다. 스님에 따르면 금강암은 백제 위덕왕 때 검단선사가 창건하고 신라의 의상대사가 중수했으나 1948년 10월 여수·순천사건 때 불타버렸다고 한다. 1992년 작은 집을 지어놓은 게 지금의 암자가 되었다.
금강암 주위로 집채보다 큰 바위들이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다. 오른쪽으로 서 있는 커다란 바위가 원효대요, 왼쪽으로 가파른 낭떠러지를 막아선 바위가 의상대다. 두 군데 다 아득한 단애 위라 천혜의 전망대가 따로 없다.
바위벽에 관음보살상을 새긴 원효대에 오른다. 회백색 바위에 새긴 관음보살의 새빨간 입술이 도드라진다. 속살이 보일 듯 말 듯 얇은 옷까지 새겨 입힌 관음상은 부드러운 곡선을 가졌다. 엄숙하기보다 관능적이다. 석공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관음상을 이런 모습으로 만들었던 것일까?
금강암을 둘러본 뒤 낙안민속자연휴양림으로 하산 길을 잡는다. 암자 뒤편에 있는 산신각은 오늘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갈림길이다. 이 산신각은 일반적인 절의 산신각과 다르다. 호랑이를 탄 산신령 상 위로 투명한 플라스틱 지붕을 올려 비바람을 막았다. 이를테면 임시 처소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산신각 출구를 따라, 지나왔던 방면으로 8푼 능선을 가로질러 전망대를 찾는다. 전망대에서 다시 2~3분 정도 능선을 가로지르다가 세 번째 능선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꺾어 줄곧 내리막 등산로를 따라 하산한다.
바람에 깎여 편평해지고 떼가 벗겨진 묘지 두 기와 큰 물탱크를 차례로 지나치면 계곡이 가로막는다. 계곡은 가뭄에 물이 말라 비루먹은 망아지 꼴이다. 이 계곡을 건너면 휴양림 시설이 보인다.
소나무가 주종을 이룬 낙안민속자연휴양림은 숲 속의 집, 산림문화휴양관, 물놀이장, 야영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국립휴양림치고는 규모가 작은 편이나 아름다운 풍광의 금전산을 탈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등산과 휴양만으로 아쉬움이 남는다면 인근에 있는 순천만 갈대숲이나 순천문학관, 낙안읍성을 둘러보면 된다.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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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 금전산 -낙안민속자연휴양림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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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 금전산 -낙안민속자연휴양림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