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쉽지만 어려운 세 단어의 가치 (리뷰)

입력 : 2015-10-29 10:42:38 수정 : 2015-10-29 10: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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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옆에 있을 땐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대부분 사람이 그렇다. 그래서 떠나는 이를 붙잡고 눈물을 삼키면서 말한다. 미안해,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라고. 영화 '미인도'(2008) 이후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전윤수 감독의 신작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그 지점을 건드리는 영화다.

28일 선보인 이 작품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쉽게 내뱉지 못하는 단어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다. 이는 곧 뻔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온기 가득한 뭉클함을 품고 있다.  

'미안해'는 오래전 오해와 비밀을 풀어나가는 왕년의 챔피언 친구들인 강칠(김영철)과 종구(이계인)의 고백을 담았다. 무엇보다 두 배우의 내공은 뻔한 이야기에 묵직한 힘을 실었다. 고개를 떨구고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는 김영철과 이를 특유의 호흡으로 받아내는 이계인의 호흡은 진한 울림을 안긴다.

'사랑해'는 까칠한 여배우 서정(성유리)을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보며 10년째 짝사랑해온 매니저 태영(김성균)의 고백이다.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두 배우의 멜로 호흡은 제법 인상적이다. 성유리의 까칠함도, 김성균의 순애보도 매력적이다. 극 중 서정의 동생으로 나오는 서강준은 예상치 못한 발견이다. 

'고마워'는 자신이 딸을 죽인 범인의 딸과 마주해야 했던 형사 명환(지진희)과 아빠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은유(곽지혜)의 진실한 마음이다.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던 아빠의 뒤늦은 후회는 닳고 달은 이야기임에도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그만큼 공감 가는 이야기라는 의미다.

세 개의 에피소드 모두 이야기만 놓고 보면 물릴 수 있다. 예상 범위 내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를 만회하는 건 오롯이 배우들의 매력에 달려있다. 그런 점에서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를 구성하고 있는 배우들의 조합은 안성맞춤이다.

각각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지만,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은 아쉽다. 개연성이 부족함에도 왜 굳이 접점을 찾으려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진=타임박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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