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안상구가 제일 재미없어요.”
이는 영화 ‘내부자들’에서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맡은 이병헌이 우민호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내던진 말이다. 시나리오는 재밌었지만, 제안받은 안상구는 별로였다는 것. 그런데도 영화에 참여한 이유는 뭘까. 돌아오는 그의 답이 재미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바뀐 게 있어요.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완성도가 있다고 생각되면 내가 맡은 역할이 조금 아쉬워도 참여하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아요. ‘내부자들’도 마찬가지죠. 단순한 이유지만, 재미있다는 게 영화를 선택했던 가장 큰 기준이에요.”
이병헌은 ‘재미없는’ 안상구를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애드리브를 더했다. 이 같은 노력이 더해져 ‘재미없다’던 안상구는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로 변했다. 섬뜩하고 비열한 모습은 물론 유머까지, 어둡고 묵직한 영화에 ‘쉼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쉼표는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영화가 쉴 새 없이 몰아치는데 그러다 보면 관객이 힘들 것 같았다”며 “긴장감 있는 흐름에서 한번 웃을 수 있게 하는 건 어떠냐고 얘기했고, 감독님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 그는 “안상구를 새로 쓸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그래서 대사만 약간 수정한 상태로 들어갔다”며 “현장에서 애드리브와 그때그때 나오는 아이디어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모텔 화장실 통유리 장면’ ‘모히토에서 몰디브’ 등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기억할 만한 코믹한 장면들이 대표적이다. 그의 의도는 성공적이다.
이병헌은 “코믹한 연기는 그 적정선이 중요하다. 그래야 캐릭터의 힘으로 느껴지면서도 웃을 수 있다”며 “애드리브는 리허설 하다가 나오는 것들인데, 이렇게 많은 건 ‘내일은 사랑’ 이후 처음”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그는 또 데뷔 이후 처음으로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썼다.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등 안상구의 외형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런 ‘양아치’도 처음 보는 이병헌의 모습이다.
이병헌은 “사투리를 어색하게 했을 때 오는 거부감을 생각 안할 수 없다”며 “100%는 아니더라도 감정 전달이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안상구는 정치깡패라는 설정에 영화광이 덧씌워졌어요. 옛날 영화 대사 읊고, 배우 이름 거론하는 등의 장면들이 있었죠. 그 연장선으로 연예기획사 대표도 하고. 남다른 헤어스타일과 패션에 집착하는 깡패인 거죠. 많이는 못 보여줬지만, 외적인 모습이 중요했어요.”
이병헌을 향한 또 다른 관심은 여러 구설이다.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지만,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에 휩쓸렸던 그를 향한 세간의 눈초리는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다. 온전히 그의 탓이라고 할 수 없지만, 앞서 개봉된 ‘협녀:칼의 기억’은 초라한 성적만을 남겼다.
이에 그는 “‘협녀’도 마찬가지지만, 이 작품도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며 “같이 만든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이다. 또 영화로서, 배우로서 좋은 연기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희망했다.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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