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박보영과 수지, 20대 여배우가 격돌한다. 깜찍하고 귀여운 외모의 ‘국민 여동생’ 박보영은 25일 개봉된 정기훈 감독의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같은 날 개봉된 이종필 감독의 ‘도리화가’에서 조선 최초 여류소리꾼으로 나선 수지는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집어 던졌다.
두 여배우 모두 이번 영화를 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봤다. 박보영은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디뎠을 때를, 수지는 가수를 꿈꿨던 연습생 때를. 이처럼 전과 다른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 두 여배우의 격돌이 흥미롭다.
■ 박보영, 이제 여동생은 잊어주세요
박보영의 이미지는 여동생이다. 아담한 체구와 귀여운 동안 외모는 그런 이미지를 더욱 부추긴다. 그래서 교복을 많이 입었다. 그렇지 않으면 밝고 씩씩한 소녀다. 그랬던 그녀가 이번에는 사회 초년생을 연기했다. 그 모습에 궁금증이 쏠린다. 무엇보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 누구보다 반가웠다.
박보영은 “비슷한 나잇대의 연기는 언제 할까 싶었는데 이 시나리오를 받고 ‘이제는 해도 되는 느낌인가’ 싶더라”며 “그에 대해 반가움이 있었다”고 첫 느낌을 말했다.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극 중 신문사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를 연기했다. 이제 갓 사회에 첫발을 뗀 인물이다. 박보영 역시 첫발을 내디뎠던 순간은 있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그때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녀는 “당연히 눈치를 많이 보고, 밥을 먹을 때도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며 “배려를 많이 해줘도 불편한 것들이 있다.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느낌”이라고 떠올렸다.
“누군가가 설명해줬으면 금방 알았을 거예요. 신인 때는 용어 자체도 생소하고, 카메라 위치도 잘 모르잖아요. 근데 그게 익숙한 분들 입장에선 답답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기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 때문에 그녀는 도라희의 감정에 더욱 이입할 수 있었다. “배우란 직업이 보통의 직장 생활과는 다른데, 기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는 게 박보영의 분석이다.
나이는 아직 20대 중반이지만, 오랜 연기 경험은 이미 초년생의 감정을 넘어선다. 그녀 역시 이에 동의했다. 박보영은 “이제는 극 중 라희 사수인 한선우(배성우) 위치에 있는 느낌이었다”며 “예전 같았으면 라희만 이해했을 텐데 지금은 부장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향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2~3년 전 취직을 걱정했던 친구들이 지금은 이직을 고민한다고. 박보영은 “친구들 만나면 이야기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간다”며 “요즘에는 친구들이 3~4년 차가 되면서 이직에 대해 고민을 하더라. 그 타이밍이 있다고 들었다”고 그들만의 세상을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을 뿐이지 사실 박보영도 고향 친구들처럼 여전히 ‘막내’ 축에 속한다. 하지만 그 경험이 책임과 부담을 만들었다. 정재영, 오달수 등 베테랑과 맞붙여서도 마찬가지였다.
“경험이 많으니까 또래하고 연기하면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어요. 이번에도 나 혼자 그걸 생각하고 있었나 봐요. 정재영 선배님이 회식 때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하는 거 있죠. 그때부터는 ‘나 막내인데’ ‘기대도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 수지, 국민 첫사랑은 잊어주세요
영화 ‘건축학개론’은 수지를 일약 스타덤으로 올려놨다.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까지. 이번 작품에서는 청순한 이미지 대신 소리를 향한 열정 가득한 소녀 진채선을 스크린에 그려 넣었다. 조선 시대 배경인데도 쉽게 공감할 수도 있었던 이유, 바로 여기에 있다. 수지 역시 가수가 되고 싶어 노력했던 때가 있었다.
수지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갈 정도로 울컥하는 것들이 많았다”며 “가수가 되고 싶어서, 연습생 준비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많이 생각났다”고 떠올렸다. 그래서 채선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고.
사실 ‘건축학개론’에서 수지는 연기력보다 서연의 이미지에 100% 일치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영화 전체를 이끌어야 했고, 판소리 등 해야 할 게 많았다. 하지만 이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수지는 “일단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게 1순위였다. 순수하고, 도전하는 채선의 모습이 종합적으로 마음에 들었다”며 “판소리도 있고,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건 부담됐지만 그건 열심히 하면 돼지란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소리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수지도 완벽한 명창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만족스럽다. 소리를 몰랐던 채선이 차츰차츰 알아가는 것처럼, 수지도 그런 순간을 느꼈다.
수지는 “미숙한 채선이 점점 성장해 가지 않나”라며 “초반에는 나 역시 배운 대로 즐겁게 열심히 했다. 점점 배우면서 조금씩 (실력이) 늘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또 “노래 부를 때 목소리가 맑은 편”이라며 “판소리를 하다 보니 약간 쉰 목소리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때가 더 좋은 목이 되는 거다. 부르는 느낌이 좋더라”고 기억했다.
판소리와 가수 발성은 분명 다르다. 가수로 활동할 때 있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그녀는 “굳이 표현하자면 공기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녹음할 때 ‘여기에서 소리 조금만 더’라고 하시는 편”이라며 “판소리를 배우고 나서는 ‘소리를 조금 빼자’라고 하더라.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고 일화를 공개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완전 달라서 방해되진 않는다. 오히려 소리가 더 정확해져서 도움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진채선은 조선 최초 여류소리꾼을 간절히 꿈꿨다. 지금 수지의 간절한 꿈이 궁금했다.
“목표 없어요. (목표를) 크게 안 두려고 하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슈퍼스타, 멋진 배우 등 이런 게 있었다면, 지금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뭐든 될 것 같아요.”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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