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대호 박훈정 감독
[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배우 최민식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배우다. 하지만 그 역시도 보이지 않는 대상과 연기 호흡을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허공을 향해 총을 쏘고, 상상만으로 상대의 표정과 감정을 읽어야 했다. 지난 8일 언론 시사회에서 영화 ‘대호’를 처음 마주한 그는 “눈물겹도록 고마웠다”고 기억했다. 촬영 내내 호흡을 맞췄던 호랑이의 실체를 처음 봤기 때문이다.
최민식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좋은 주제를 전달하려 해도 CG가 별로면 씨알도 안 먹힌다는 위험 부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건 사실”이라며 “대호가 어떤 표정과 상태인지 머릿속에서 상상만 했는데, 그걸 뛰어넘는 게 현실로 나타났다”고 감격했다.
어려움을 예상했다면서도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을지 몰랐죠”라고 웃는 그 이면에는 표현의 고통이 묻어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상의 상대인 호랑이에게 ‘김대호’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정말 서브고, ‘김대호’ 씨가 주연인데 촬영할 때 한 번도 못 봤으니. 이런 경험 처음”이라고 다시금 너털웃음이다. 이어 “제아무리 최민식이 연기를 잘한들 ‘김대호’ 씨가 연기를 못하면 공염불”이라며 “결과적으로 재밌는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대호’는 일제 강점기,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으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포수의 업, 자연에 대한 예의 등 이야기 자체가 전하는 메시지는 물론 시대 배경과 호랑이의 상징성 등으로 인해 ‘대호’는 여러 갈래로 해석된다.
이 중에서 최민식이 집중하고자 했던 건 ‘업’과 ‘예의’다. 그는 “천만덕은 평생 포수질을 하면서 자연의 순리를 깨달은 사람”이라며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 역시 자신의 업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엔딩의 의미도 대호와 천만덕이 이승에서의 업을 정리하는 것으로 봤다.
또 “자연과 함께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룰이나 예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이 같은 자연에 대한 예의가 영화에 깊게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항일’은 태생적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작품의 해석 코드다. 그는 “천만덕은 일제에 대항하는 사람이 아닌 그 시대에 순응하는 평범한 백성”이라며 “총을 잡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비극적인 가족사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의도적으로 노린 효과는 아니지만, 이 영화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항일’ 코드를 수긍했다.
“결국 일본의 탐욕을 저지시킨 거죠. 그렇다고 천만덕이 독립투사처럼 일제에 맞선 건 아니에요. 자신의 철학이나 가치관을 고통 속에서도 충실히 실행함으로써 준엄한 꾸짖음을 주는 거죠.”
최민식은 전작 ‘명량’으로 역대 최고 흥행 기록(약 1천760만)을 세웠다. 또 민족의 성웅 이순신에 이어 이번에는 민족정기를 지켜내는 인물이다. 엄청난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배우로서의 평가 등이 과분할 때도 있는데 사실 그런 평가에서 자유로워져야 해요. 물론 저 역시 100% 자유롭진 않지만. 이번에는 우리 의도가 그것(항일)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어요. 흥행도 마찬가지죠. 한정식 제대로 차려 먹었다고 계속 그렇게만 먹으려고 하는 건 욕심이죠.”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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