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살벌 패밀리' 종영 ①, '현실' 담았지만 '공감' 없었다

입력 : 2016-01-15 0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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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스투데이 유은영 기자] MBC 수목드라마 ‘달콤살벌 패밀리’가 용두사미로 종영했다. 애달픈 중년의 삶과 애틋한 가족애를 그릴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던 ‘달콤살벌 패밀리’가 현실의 모습은 그대로 담아냈지만 시청자들을 울리는 감동은 약했다.
 
‘달콤살벌 패밀리’는 밖에선 조직의 이권을 위해 카리스마를 지켜야 하는 보스지만, 사실은 그저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웃픈(웃기고도 슬픈)’ 가장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 대전 충심파의 보스이자 가족들의 행복만을 바라는 윤태수(정준호)와 충심건설의 사장이자 사사건건 친구인 태수와 자신을 비교하는 아버지가 미워 일탈을 하다 보니 사고뭉치로 낙인찍힌 백기범(정웅인) 등 두 사람 주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두 사람은 조폭이라는 직업 아래서 40대 가장의 애환, 가족 간의 사랑 등을 다채롭게 펼쳐냈다. 조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를 미화시키거나 잔인, 폭력적인 장면을 노출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따랐지만 이보다는 인물 관계에 더욱 초점이 맞춰졌다. 조폭은 하나의 직업적 배경일 뿐이었고, 그저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사람들 중 하나였다.
 
태수는 늘 가족의 행복을 바랐다.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아내 김은옥(문정희)과 아들 윤성민(민혁), 윤수민(김지민)을 위해서만 열심히 살아왔다. 가족의 등쌀에 기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살았고, 친아들이 아닌 성민을 보듬으며 행복하고자 했다. 하지만 태수는 자신을 늘 못마땅해 하는 기범에 얽혀 영화 사업 위기를 겪었고, 살인 누명을 뒤집어 쓸 상황에 직면했을 뿐 아니라 평생을 몸바쳤던 충심파 백만보(김응수) 회장으로부터 팽당하는 등 갖은 모욕과 수모, 위기 상황에 직면한다. 
 
특히 그의 아내 은옥은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백 회장에게 아부하거나, 살림을 제대로 꾸려나가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등 이 시대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은옥은 아들을 위해 연애, 꿈은 잠시 접어두라고 모질게 말을 하다가도 태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아니란 사실에 전전긍긍하고 눈물 흘리며 슬퍼하는 모습으로 ‘엄마’를 사실감 있게 그려냈다.
 
기범과 기범의 전처 이도경(유선)도 마찬가지였다. 기범은 자신의 아버지인 백 회장으로부터 늘 태수와 비교당했고, 그러다보니 점차 삐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 사랑했던 여자까지 떠나가버렸다. 그럼에도 그가 바란 건 따뜻한 가족의 품이었다. 아내 도경과 딸 백현지(민아)와 다시 한 번 함께 살아가고자 애를 썼다.
 
두 부부의 자녀인 윤성민과 백현지의 이야기도 현실감을 더했다. 성민은 늘 1등을 해오며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아 온 수재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공부가 아닌 음악이라는 또 다른 꿈이 있었다. 자신의 원하는 진짜 꿈 앞에서 고민하고, 엄마인 은옥과 이를 두고 의견차를 벌이는 것은 우리 현실에 있는 고등학생들의 갈등과도 닮아있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온 현지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이들 주요 인물은 어딘가 우리 사회 한 곳에 묻어 있는 모습들을 담아냈다.
 
하지만 ‘달콤살벌 패밀리’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놓치고 길을 잃었다. 이처럼 현실은 있는 그대로, 너무나 현실에 밀착한 모습을 보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달콤살벌 패밀리’를 이끌고 담당하는 축이 없었던 탓이다.
 
‘달콤살벌 패밀리’는 곁가지로 가족의 사랑 등을 적용했다. 초반에는 조폭을 소재로 코믹함을 그려낼 생각이었지만, 이는 그저 부분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결국에는 현실 이야기만을 담게 됐다. 특히나 초반부에는 영화 사업이나 손세운(김원해) 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갔지만, 이같은 갈등이 해소된 후에는 백 회장과 기범, 태수의 대결구도로 넘어갔다.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기범이 사장으로 있는 충심 건설과 노동자들의 대립을 연출해, 장르가 불분명한 드라마로 끝마치게 됐다.
 
차라리 처음부터 백 회장의 손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게 되는, 조폭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태수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처럼 줄기 없이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곳곳에 어디서 본 듯한 현실은 모두 담아냈지만, 이들 인물이 주는 진한 감동과 여운은 없게 됐다. 현실을 진솔하게 담아 호평을 받았던 tvN ‘미생’, JTBC ‘송곳’ 등이 주는 감동은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의 감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됐고, 그 감정이 시청자들에게 절절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콤살벌 패밀리’는 인물들이 이끌어 가는 감정은 배제된 채 여러 상황과 에피소드만을 삽입해 장면 장면을 구성해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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