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다. 분명 마블 히어로지만 기존에 봐왔던 것과 확실히 다르다. 걸쭉한 욕설을 쉴 새 없이 내뱉고, 정의 따윈 안중에도 없다. 총과 칼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뛰어난 무술 실력은 사람 한 명쯤 가볍게 죽일 정도다. 여기에 무한 자신감마저. 17일 개봉된 팀 밀러 감독의 ‘데드풀’이다.
‘데드풀’의 독특함은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확인할 수 있다. 감독은 ‘초짜’, 제작사는 ‘호구’다. 모든 크레딧이 디스와 유머로 버무려져 있다.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놀즈)가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도 남다르다. 해결사 일을 하던 윌슨은 스트립 바에서 일하는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윌슨은 암에 걸리게 되고, 치료를 위해 비밀 실험에 참여한다.
이후 힐링팩터 능력을 갖춘 슈퍼히어로로 거듭났지만, 대신 얼굴을 잃었다. 흉측하게 변한 외모를 싫어할 거란 생각에 애인 앞에 나타나지 못하고, 자신의 외모를 이렇게 만든 아약스(에드 스크레인)만을 쫓는다.
정의 구현이나 사회악 처단의 의미는 찾아볼 수 없다. 영웅을 거부하다가도 끝에 가서는 받아들이기 마련이지만, ‘데드풀’은 그마저도 없다.
이 같은 기조는 영화 내내 이어진다. 마블의 대항마 DC코믹스의 ‘그린랜턴’을 실컷 비웃는데, ‘그린랜턴’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라이언 레놀즈다. 또 ‘테이큰’ ‘172시간’ 등 각종 영화를 끌어들여 웃음의 소재로 활용한다.
‘엑스맨’과의 연결고리도 흥미롭다. 엑스맨 멤버인 콜로서스(스테판 카피식),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브리아나 힐데브란드)가 데드풀에게 합류하라고 애원 복걸하는 모양새다. 또 맥어보이와 스튜어트를 언급하며 비꼰다. 두 배우 모두 찰스 자비에를 연기했다.
또 데드풀은 시종일관 관객에게 말을 건다. 자신의 영화 속 캐릭터란 것과 지금 영화를 찍는 중이라는 것도 본인의 입으로 직접 알린다. 자신의 기구한 인생과 성장 스토리 등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영화의 성격까지 ‘러브 스토리’라고 규정한다. 데드풀과 바네사 칼리슨이 만나는 장면에서는 영화 전체 분위기와 무관하게 로맨스 영화에 어울릴 법한 음악이 흐르고, 거친 행동만큼이나 순애보도 남다르다.
‘19금’ 히어로 무비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그에 걸맞게 액션 수위도 과감하고, 드문드문 베드신과 노출도 등장한다. 데드풀의 ‘섹드립’과 ‘화장실 유머’도 시종일관 이어진다.
쿠키 영상도 ‘데드풀’답다. 쿠키 영상을 기다린 관객에게 데드풀은 등장하자마자 “아직도 안 갔네”라고 무심하게 한 마디 던진다. 그리고선 다음 편에 나올 배우들을 나열한다. 영화관을 나가기 전까지 독특한 매력을 놓지 않는다.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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