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딸 금사월' 종영 ①, 김순옥 작가의 '뒷심 부족' 막장

입력 : 2016-02-29 0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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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아내의 유혹’(2008)으로 막장 드라마계의 춘추전국시대를 주도했던 김순옥 작가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채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을 마무리했다. 줄곧 30%대를 넘나드는 시청률로 기록에서는 크게 성공했지만, 작품성으로는 박수 받지 못했다.
 
김순옥 작가는 SBS ‘아내의 유혹’으로 막장 드라마계를 이끄는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녀가 그 뒤로 선보인 작품은 SBS ‘천사의 유혹’(2009), SBS ‘웃어요, 엄마’(2010), SBS ‘다섯 손가락’(2012), MBC ‘왔다! 장보리’(2014) 등이다. 그 중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를 비롯해 이번에 선보인 ‘내 딸, 금사월’은 모두 크게 성공한 막장드라마다.
 
하지만 김순옥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유독 ‘뒷심 부족’ 논란을 겪어야 했다. 각 인물들에게 개연성을 부여하지 않은 탓에 ‘암사월’이라는 굴욕적인 별칭을 얻기까지 한 것.
 
주인공인 금사월(백진희)은 친엄마인 신득예(전인화)의 복수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를 미워했다. 신득예가 살아온 세월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가족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또 금사월은 자신의 엄마가 복수를 하려다가 위험에 처하고, 또 벗어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만 흘리는 등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금사월과 러브라인을 이룬 강찬빈(윤현민) 또한 마찬가지였다. 강찬빈은 자신의 친아버지인 강만후(손창민)의 비리를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만후의 비리를 모두 숨기려 했다.
 
마음이 약해서 쉽사리 복수를 하지 못하거나, 힘을 쓰지 못하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은 ‘왔다! 장보리’와 비슷한 설정이다. 특히나 딸이 뒤바뀌거나 신분상승을 꿈꾸는 악녀의 등장 등도 유사하다. 하지만 ‘왔다! 장보리’는 ‘내 딸, 금사월’만큼 개연성 부족을 심어주진 않았다.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한 탓인지 김순옥 작가는 마지막 회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금사월, 강찬빈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는 이전에 취했던 등장인물들의 태도와는 너무도 달랐다. 
 
물론 ‘내 딸, 금사월’ 자체가 막장드라마라는 점에서 모든 논란을 쉽사리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막장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하면 끝나는 일이기 때문. 하지만 막장드라마가 가져가는 통쾌한 복수를 잊어서는 안 될 문제다.
 
막장드라마란 보통의 삶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자극적인 상황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소위 말하는 막장드라마는 주인공들을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붙이면서 사건을 속도감 있게 전개시켜, 욕을 하면서도 이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막장드라마의 요소를 가져가면서도 훌륭한 개연성과 배우들의 명품 연기 등이 조화롭게 이뤄 ‘명품 막장’으로도 이끌어 낼 수 있다. 막장의 품격을 높였다는 SBS ‘애인있어요’가 그 예다.
 
하지만 김순옥 작가는 ‘왔다! 장보리’에서 자신의 모든 필력을 다 쏟아 부은 탓인지, 이번 작품에서는 그저 그런 막장드라마로 마무리짓고 말았다. 본인 자신도 아쉬움이 컸겠지만 이를 지켜 본 시청자들에겐 뒷심이 부족한 ‘암사월’로 남게 됐다.
 
사진=MBC 제공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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