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까지 갈 것 같지 않다. 긴장을 좀 해야할 것 같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앞둔 이세돌 9단은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대결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이날 이세돌은 질의응답 시간에 앞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의 알파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지난 기자회견과는 달리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먼저 이세돌은 "이번 대결은 바둑이나 인공지능 역사에 획을 긋는 자리다. 그 첫 발을 내딛는 게 영광이다"라며 "제가 할 일은 아름다운 바둑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직관력이다. 바둑판 가로세로 총 361 곳에 둘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이다.
이는 사람이 계산할 수 있는 수가 아니다. 때문에 가장 좋은 착점을 직관적으로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세돌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5-0으로 이기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계의 직관력은 아직 사람을 따라오기에는 멀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이세돌은 "직관력은 어느 정도 따라온 것 같다"며 "아마 5-0까지는 아닐 것 같다"고 살짝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이세돌은 전체 대국에서 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 판 후이 2단과 대결에서 승리하며 인공지능의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이세돌 역시 이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의 기보를 입수하고 살펴봤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이세돌은 "그때 알파고는 저와 대국할 정도의 실력 아니었다. 아마추어 최고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며 "5개월이 흐른 지금 어떻게 업그레이드 됐냐가 관건이다"고 현재가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당시 판 후이는 첫 경기를 졌고, 그 여파가 나머지 대국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세돌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는 "첫 판 진다고 생각 안 한다. 만약 진다 해도 전 판 후이와는 다르다. 다음 대국에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세돌은 주의할 점으로 실수를 꼽았다. 이번 대국때 알파고의 착점은 구글의 프로그래머가 대신한다. 때문에 프로그래머의 실수도, 자신의 실수도 대국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세돌은 "그 분의 제스쳐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분 역시 전문 기사가 아니기에 알파고의 수와 다른 착점이 있을 수 있다"며 "그로 인한 실수, 내 자체의 실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일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세돌은 이번 대결 결과를 떠나 인간의 우위는 영원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언젠가 인간이 인공지능에 질 거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그렇다고 바둑의 가치가 없어지진 않을거에요. 컴퓨터는 바둑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두는 건 아니거든요. 이번에는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진=구글 제공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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