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한 "친근하고 꾸준하게 기억됐으면 좋겠다"(인터뷰)

입력 : 2016-03-15 09: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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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어딘가 낯이 익지만 이름 석 자를 대면 매치가 잘 안된다. 적어도 예전엔 그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인기를 제법 실감하고 있다.
 
데뷔 18년차 배우 이규한의 이야기다. 이규한은 흔히 말하는 다작 배우는 아니지만,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내 이름은 김삼순' '그대 웃어요' '카이스트' 등 굵직굵직한 드라마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의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인지도에 크게 연연하진 않았어요. 배우는 저의 직업이기 때문에 연기를 함으로써 돈을 벌고, 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인지도는)배우로서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죠."
 
그런 이규한의 연기 인생에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의 출연은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그는 "가장 많이 느끼는 건 작년 한 해 동안 내 이름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애인있어요'가 대단한 시청률 흥행을 이뤄낸 드라마는 아니지만, 진정성 있는 연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 배우 이규한을 돌아본다는 것
  
사실 '인지도'는 이규한에게 그리 중요한 지표는 아니다. 오히려 김현주 지진희 등 내로라하는 동료 배우들과 함께 호흡했던 6개월 남짓한 시간이 그에게는 더 소중했다. 이규한은 두 배우에 대해 "포용력이 큰 배우"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닌, 좋은 연기를 '만들어내는' 배우라는 것. 그는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를 굉장히 많이 하시더라"며 "시너지를 만들어, 큰 그림을 그려낼줄 아는 배우"라고 회상했다.
 
그 중에서도 김현주의 연기는 그에게 특별했다. 이규한은 극 중 기억을 잃은 도해강(김현주)의 든든한 버팀목을 자처하며, 애틋한 순애보를 연기했다. 김현주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 묻자 이규한은 수많은 기억이 떠오르는 듯 작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현주 누나는 연기력으로 치면 우리나라 톱에 해당하는 배우예요. 그런 분하고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자체가 설레고 흥분되는 작업이었어요. 무엇보다 좋은 연기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그 만큼 기대가 컸고 배울 점도 많았다. 또 개인적으로는 배우로서 걸어왔던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이규한은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나름 연기를 오래 했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연기가)정체 됐다고 느껴졌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 때문에 자책도 많이 했다고. 그는 "언젠가 나도 중견급 연기자가 된다면 이런 연기를 하고 싶다"는 다짐으로 자신을 채찍질 했다. 
 
이처럼 애착을 가지고 촬영했던 '애인있어요'는 종영했지만, 이규한에게는 아직 여운이 남아있다. 그는 "일상처럼 굳어져 있던 드라마 촬영이 없으니까 어딘가 허하다"며 "통상 '시원섭섭 하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난 '시원'은 빼겠다. 섭섭하다"고 웃어 보였다. 아쉬움도 남아있고 못했던 것들도 생각난다는 것. 이번 작품에 그가 쏟은 열정이 느껴지는 한마디 였다.
 

■ 끊임 없는 도전...그러나 결국 연기다
 
이규한은 지난 1998년 드라마 '사랑과 성공'으로 데뷔한 이후 스무 편 가량의 드라마에 출연해 왔다. 그러나 드라마 이력에 비해 네 편에 불과한 영화 출연은 다소 의아할만도 하다.
 
이규한도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나도 많은 고민"이라며 "드라마 연기자로서의 이미지가 박혀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이상할 만큼 타이밍이 어긋났다. 그는 "영화에 출연하려다보면 나를 더 설득하는 드라마 제의가 오더라"며 "정말 희안했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이내 "그 부분도 내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원인으로 돌렸다. 
 
자신의 주 분야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저변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이규한은 "저는 전문 예능인이 아니기 때문에 부족하다"면서도 "남(예능인)의 밥그릇 을 뺏어먹는 일이기 때문에 열심히 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제는 주 분야인 연기에서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이규한은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겸손'이 있다. 잘 되면 남 탓, 안 되면 자신의 탓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배우가 되겠다는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는 거창한 배우가 되겠다고 이야기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니에요. 대중들이 저를 볼 때 '함께 살아가는 배우'처럼 친근하고 꾸준하게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오래가고 싶어요.(웃음)."
 
사진=강민지 기자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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