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준, "'남자라면 불쌍해야 제 맛?' 마음에 드는 말"(인터뷰)

입력 : 2016-03-17 1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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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방극장을 강타한 tvN 두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과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짠내나는' 주연급 조연이 있다는 것이다.
 
'응팔'에서 류준열이 짠내를 폭발시켰다면 '치인트'에서는 서강준이 담당했다. 서강준은 유정(박해진)의 오랜 친구지만 과거의 사건 때문에 사이가 틀어져버린 비운의 피아스트이자 홍설(김고은)을 짝사랑하는 백인호를 연기했다. 극 중 백인호는 거친 언행과 여린 속마음을 동시에 표현하며 유정 홍설과의 삼각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홍설의 곁을 떠나며 비련의 남주인공(?) 같은 면모로 여성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최근 이른 아침에 만난 서강준은 살짝 갈색기운이 감도는 머리색과 눈동자, 따스한 햇살까지 어우러지며 백인호 특유의 외국인 외모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오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원작 웹툰의 백인호와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과 똑같았다.
 
Q. '치인트'는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싱크로율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원작의 백인호는 서강준과 별로 닮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제작발표회 때 본인은 "백인호를 서강준에 맞추려했다"고 말했었다.
서강준: 아무래도 서강준과 백인호는 다른 사람이기에 억지로 백인호에 모든 걸 맞추려면 어색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말투나 억양 등 2D와 3D는 다르기 때문에 원작 백인호를 세세히 따라잡긴 어려웠다. 그래서 화내고, 표출하고, 사랑하고, 쟁취해야 하는 상황 속 백인호를 끌어와 서강준에 입혔다.
 
Q. 그럼 백인호와 서강준은 비슷한 편인가, 다른 편인가?
서강준: 내 성격은 백인호와는 반대다. 차분하고 표출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극 중 캐릭터는 반대라 걱정이 많았다. 발로 차고 때리면서 화를 낼 때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도 정말 많았다. 그래서 시작은 좀 어려웠지만 연기하다보니 캐릭터가 구체화되서 중후반에는 괜찮았다. 나중에는 서프라이즈 멤버들과 있을 때 백인호가 조금 나오더라. 작품 하며 백인호랑 많이 친해진 것 같다.
 
Q. 그럼 내적으로 백인호와 차이를 둔 부분은 무엇인가?
서강준: 일부러 하려고 한 건 아니고 촬영하다가 자연스럽게 잡힌 캐릭터인데, 원작보다는 좀 더 따뜻하게 나왔다. 원작 백인호는 드라마보다 의지할 곳을 갈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더 셌던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 속 백인호는 따스함을 붙잡고 싶어하는 느낌을 좀 더 줬다. 원작과 드라마 속에서 같은 상황이라도 드라마 백인호가 좀 더 온기를 보였던 것 같다.
 
Q. 하지만 결국 백인호는 '짠내 담당'이었다. 사람들은 '남자는 불쌍해야 제 맛'이라며 '응팔' 류준열과 '치인트'의 서강준을 꼽던데.
 서강준: 정말 그런 것 같다. 마음에 드는 말이다. 특히 백인호를 연기하다보니 TV로 볼 때보다 현장에서 더욱 백인호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보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내내 했다. 백인호는 물론, '응팔' 김정환 두 사람의 안녕과 행복을 빈다.
 
Q. 그렇다면 홍설은 이상형으로 어떤가?
서강준: 사실 전 외모보다 느낌으로 마음이 가는 편이다. 김고은이 아닌 홍설이라면 다가가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사랑스러운 여자지만 홍설은 유정의 짝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상대방의 의사도 중요하다. 서강준이라면 유정과 홍설이 서로 좋아하는 상황에 끼지 않는다.
 

▲ 멋대로 대사 수정? 어떻게 제가 감히...
 
방송 초·중반만 해도 '치인트'를 향해 많은 호평이 쏟아졌다. 특유의 심리적 긴장감과 배우들의 호연, tvN 월화극 시청률 신기록 등 모든 게 좋게 흘러갔다. 하지만 극 후반에 이르러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남주인공 유정이 과도하게 편집 돼 거의 나오지 않는 것, 백인호와 홍설의 이야기만 그려지는 것, 원작자와 상의 없는 결말 진행 등 논란이 이어졌다.
 
Q. 많은 인기를 끌었던 '치인트'지만 막판 냉탕과 온탕을 급격하게 오갔다. 특히 극 후반 주인공 유정은 거의 안 나오고 백인호 장면이 너무 많이 나와 '백인호 띄우기'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서강준: 모든 캐릭터는 각자의 장면들과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누가 더 나온다 생각하지 않았다. 작가가 '치인트'를 위해 쓴 대본이고 거기에 입각해 매 장면마다 열심히 연기하기만 했다. 촬영할 때는 잘 몰랐다.
 
Q. 대사 논란도 거셌다. 이윤정 감독이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하라고 했다고. 그래서 서강준 멋대로 대사를 고쳐 진짜 대본과 많이 달랐다고 하던데?
서강준: 예전에 했던 인터뷰 때 내가 말을 잘 못해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 배우가 대본을 고치는 건 어불성설이다. 특히 난 신인급 배우다. 말도 안 된다. 하지만 대사가 좀 바뀐 건 맞다. 물론 내 멋대로 바꾼 건 아니다. 감독님 허락 하에 상대 배우가 누가 됐건 리허설 할 때 서로 대략적으로 이야기 나누고 각자의 말투로 고쳤다. 문맥과 스토리라인은 당연히 원래대로 가되 뉘앙스나 애드리브 정도만 상의한 거다. 나 혼자 대사를 바꾼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모두 똑같이 했다.
 
Q. 촬영 현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서강준: 전혀 아니다. 굉장히 화목하고 친했다. 서로 농담도 하고 개그도 치면서 잘 지냈다. 그런데 드라마 방송 후 이런 분위기가 진행되며 깜짝 놀랐다. 시청자분들께서 서운하신 마음에 나온 논란이라 생각한다. 이해하지만 오해가 쌓이는 것이 안타깝고 속상하다.
 
Q. 어쨌든 욕 먹는 건 백인호지 서강준은 아니어야 한다. 그런데 서강준까지 욕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강준: 그만큼 서운하셨기 때문에 그런거라 생각한다. '치인트'에 많은 사랑과 관심이 있기 때문에 욕이라도 먹는 거 아닌가 한다. 그 분들의 심정 이해한다.
 
Q. '치인트'와 백인호를 떠내보낸 심정은 어떤가?
서강준: 논란도 있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많은 사랑과 관심 받았기 때문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다만 이와 별개로 몇 달 후 서강준으로서 '치인트' 전체를 객관적으로 보고 싶다. 그리고 호평과 혹평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 내 꿈은 '믿고 보는 서강준'
 
Q. 서강준과 백인호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 중 연기력에 관한 건 없었다. '화정'때와 사뭇 다르다.
서강준: 그렇게 봐주신다니 감사하다. 그런데 연기라는 것이 얼만큼 노력했다고 그것에 비례해 실력이 오르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늘 연기 연습 열심히 하지만 단지 장르적 특성을 탔던 것 같다. '화정'은 사극이고 '치인트'는 현대극이다. 아무래도 사극을 할 때 나의 부족한 부분이 더 부각됐던 것 아닌가 싶다.
 
Q. 그렇다면 '치인트'에서는 어느 부분이 괜찮았던건가?
서강준: '치인트' 촬영하면서 배웠던 게 많다. 선배님들 보면서 캐릭터마다 어떻게 표현해야하나, 또 호흡은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를 느꼈다. 공식처럼 배웠다기 보다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물이 스며들 듯 흡수한 느낌이었다.
 
Q. 유승호, 박보검, 이현우, 서강준 등 93년생 배우들이 주목 받고 있다.
서강준: 영광이다. 다들 좋아하는 분들이라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함께 묶여 언급된 기사를 보면 신기한 마음 뿐이다. 내가 여기 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다. 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Q. 20대 중반이다. 한 역할보다 할 역할이 많은데 꼭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서강준: 있다. 그 나이가 아니면 하기 힘든 역할을 해보고 싶다. 20대여야 어울리는 역할들이 있다. 학원물이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렇다고 장르를 가리진 않는다. 그리고 대조적인 성격을 담은 역할도 해보고 싶다. 순진해 보이는 데 싸이코 패스 같은 역할, 로망이다.
 
Q. 서강준이 되고 싶은 배우는?
서강준: 묵직하고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든 드라마든 서강준이 나온다며 믿고 볼 수 있는. 지금 하정우 선배님이나 유아인 선배님이 그런 느낌이다. 꼭 그렇게 되고 싶다.
 
사진=강민지 기자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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