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부터 쉬지 않고 연기를 계속 해 왔다면 감사함을 몰랐을 것 같다.”
배우 최태준은 2001년 드라마 ‘피아노’에서 조인성 아역으로 데뷔했다. 어린이 인기 프로그램인 ‘매직키드 마수리’에도 출연했다. ‘아역스타’를 꿈꿀 수도 있지만, 그는 돌연 연기를 그만뒀다.
최태준은 “사춘기도 오고, 또래 친구들한테 관심 받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후회는 없다”면서 “계속했으면 일상이 되고, 연기 활동이 당연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당연히 작품에 대한 감사함 역시 잘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축구에 빠진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갔다. 공부에 재능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또 배우의 꿈을 완벽하게 정립한 건 아닌 상태로 예술 고등학교를 진학했고, 결과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치열하지 않으면 올바른 학교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변화의 계기를 설명했다.
“성인이 된 이후 오디션도 보고, 좌절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어렸을 때 연기했던 게 큰 복이었구나 싶더라고요. 그런 좌절의 순간들이 저에겐 고마운 시기였죠. 냉정하게 말해 배우가 아니라 일반적인 인생이라면 뭘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고맙고, 감사해요.”
■ "기분 좋은 부담감...많은 관심 신기해요."
다시 얼굴을 비친 건 2011년이다. 드라마 ‘빠담빠담’과 영화 ‘페이스메이커’, 두 편의 작품으로 돌아왔다.
최태준은 “무슨 신인지도 정확히 기억난다”며 “카메라가 그렇게 큰지 새삼 느꼈고, 스태프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두 감독님 모두 은인 같은 분들”이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하나하나 가르쳐주시면서 기회를 주셨다. 지금도 꼬박꼬박 안부 연락을 드리곤 한다”고 고마움을 건넸다.
‘대풍수’(2012), ‘드라마의 제왕’(2012), ‘냄새를 보는 소녀’(2015)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리고 올해 초 종영한 드라마 ‘부탁해요, 엄마’에서 막내아들 형순 역을 맡아 인기를 얻었다. 그 덕분에 지난달 30일 개봉한 스크린 첫 주연작 ‘커터’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그는 “부족한 저한테 관심주는 게 신기하고 놀랍다”며 “스크린으로 찾아뵙게 된 것도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기분을 표출했다.
물론 부담도 따른다. ‘부탁해요, 엄마’와 ‘커터’, 두 작품을 동시에 촬영해야만 했다. 특히 ‘커터’의 경우에는 주연으로서 작품을 이끌어야만 했다. 주연 경험이 많지 않은 그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는 “당연히 부담인데, 기분 좋은 부담감”이라며 “두 작품을 같이 진행하면서도 다행히 겹치지 않았고, 캐릭터적인 면에서도 극명하게 정반대여서 재밌었다”고 밝혔다. ‘부탁해요, 엄마’에서는 막내로서 사랑 받고, ‘커터’에서는 차갑게 살았다. “배우의 매력”이라고 웃음이다.
■ "배우란 단어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커터’는 술에 취한 여자들이 사라지는 밤, 그들을 노리는 검음 손길과 그 속에 말려든 고등학생들의 충격 살인 사건을 그린 범죄 드라마. 최태준은 극 중 세준 역을 맡아 차가운 면모를 드러낸다.
그는 ‘커터’를 선택한 이유로 다소 엉뚱한 ‘교복’을 첫 번째로 꼽았다. “교복을 입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실장, 검사 등 나이가 있는 직업들을 해오다가 고등학생이라니 얼마나 행복한지”라고 웃음 지었다.
두 번째는 ‘또래’다. 그는 “또래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짊어져야 할 무게는 당연히 커졌고,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선배의 존재는 없다.
이에 최태준은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누구한테 기대야 할지 걱정했는데 첫 촬영 때부터 날려버렸다”며 “조금의 의심이 들거나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회를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시후 문가영 등 두 배우 모두 집중력이 좋았다”며 “이만큼이라도 할 수 있었던 건 동료의 몫이 컸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세 번째는 ‘시나리오’다. 그는 “충격적이고 다소 센 소재인데, 이전에 해왔던 것과 다른 스펙트럼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은 배우적인 욕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세준이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는데, 이보다 더 대담하게 사이코패스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라며 "'커터'를 통해 배우기도 했고, 욕심도 생기게 됐다"고 의미를 더했다.
그 욕심은 결국 '배우'다.
“이름 앞에 배우라는 단어가 왔을 때 부끄럽지 않았으면 해요. 직업란을 쓸 때 아직까지는 배우라고 쓰기 민망해 학생이라고 쓰고 있어요. 앞으로 5년 후든, 10년 또는 20년 후든 그게 이름 앞에 왔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사진=강민지 기자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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