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울리는 목소리의 소유자. 영화 ‘해어화’에서 연희 역을 맡은 천우희를 소개하는 홍보 문구다. 그리고 연희의 목소리는 당시 고통받는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질 노래 ‘조선의 마음’도, 당대 최고 작곡가인 윤우(유연석)의 마음도 독차지하게 한다. 더 나아가 연희와 소율(한효주) 그리고 윤우 등 영화 속 주요 세 인물의 갈등과 파국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천우희의 목소리는 ‘해어화’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정도로 좋을까.
천우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이라고 웃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내 “노래에는 자신이 없었다”며 “기본 발성과 1940년대 느낌의 창법을 구사하기 위해 트로트 연습 등을 4개월 동안 매일 했던 것 같다”고 노력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마음을 울렸는지는 모르겠다”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선택도 쉽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만으로 지금까지 작품을 선택해왔지만, ‘해어화’는 뭔지 모를 어려움이 있었다고. 그녀는 “노래가 꽤 부담됐다”며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을지, 혹여 이해가 안 되면 어쩌지 등 이런 생각이 앞섰다”고 고민을 말했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설득력을 위해서는 한효주와의 ‘목소리’ 대결만큼은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한다. 이에 천우희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 포인트 레슨도 받았고, 완성곡이 나오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성공적이다. 천우희의 목소리는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고, 극 중 뛰어난 노래 실력을 과시했다.
그녀는 “너무 고생했고, 좌절도 많이 했다”면서도 “그래도 노력하니까 성장하는 것도 보이고, 나아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절대 음악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하고 나니까 뮤지컬 영화면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이미 알려졌지만, 천우희는 노래 ‘조선의 마음’을 직접 작사하기도 했다. 촬영 중반까지도 가사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연희의 마음을 직접 표현해보고자 했던 것.
천우희는 “이 노래가 매우 중요했고, 충격적일 만큼의 감흥과 감동이 있었으면 좋겠더라”며 “시대적인 배경도 녹여내면서 연희가 느꼈던 인생에서의 고달픔 등 여러 가지가 담겼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아쉬움은 부담됐던 노래가 아니라 인물의 감정선이다. 연희와 윤우가 가까워진 계기가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 때문인데 그 탄생 이야기가 사라지면서 각자의 감정선이 생략됐다는 것. 이로 인해 연희는 둘도 없는 친구인 소율의 남자를 뺏은 것처럼 보인다.
천우희는 “사실 누구도 피해자거나 가해자의 느낌은 아니었는데”라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이어 “뺏었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 같다”며 “어쩔 수 없는 이끌림 때문에 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 ‘한공주’ 이후...
영화 ‘한공주’는 천우희에게 많은 변화를 안겼다.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물론 대중의 관심을 거머쥐게 됐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천우희는 “확실히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많은 게 혼란스러웠다”며 “원하는 길로 가고 싶은데 온전히 저의 선택과 생각만으로 연기하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위축되기도 했고,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며 “나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스스로 정체성을 찾지 않으면 나를 잃겠구나 싶었다”고 다짐했다.
사진=강민지 기자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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