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BIFF 탄압 프레임, 억울하고 오해"...갈등 해결은?

입력 : 2016-04-20 16:58:51 수정 : 2016-04-20 16:58:54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까지 6개월밖에 안 남았다. 하지만 영화제 준비에 힘을 모아도 부족할 판에 부산시와 부산영화제(이하 BIFF)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영화제 정관 개정은 몇 달째 제자리걸음이고, 감사원의 특별 감사에 따른 부산시의 검찰 고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여기에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9개 영화 단체로 구성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올해 부산영화제 참가 전면 거부라는 초강수를 던지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국면을 해소하고자 부산시가 움직였다.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영화 담당 기자들과 공식적인 만남을 갖고, 시의 입장을 어필했다. 
 
부산시의 전반적인 입장은 “억울하고 오해의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제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에 대한 부산시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정확히’ 알리는데 주력했다.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면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진 못했다. 그러면서 “(영화계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 “오해를 받고 있는 면이 있다.”
 
김규옥 부시장은 BIFF와 시의 관계를 ‘탄압의 프레임’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부시장은 “2014년 영화제에서 상영된 ‘다이빙벨’로 인해 갈등이 촉발됐는데 봉합이 잘 안 돼서 아직까지 갈등이 남아 있지 않나 싶다”며 “서로 간에 미숙한 점이 있었고, 잘 처리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돌아봤다. 이어 “올해 감사원 감사에 따른 검찰 고발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임기 만료로 인한 거취, 자문위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이 겹치면서 갈등이 더 깊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 시 입장에서는 감사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더욱이 시가 감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니다. 또 고발된 상태에서 이용관 위원장을 재위촉하는 건 부자연스럽다는 입장이다. 결코 탄압의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부시장은 “유사한 사례들이 다른 영화제에도 있는데 왜 부산영화제만 고발했는지 알아봤는데 허위 계약서를 작성해 돈을 유용한 것은 부산영화제밖에 없었다”며 “또 혐의를 부인했다.  수사를 해야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고발의 불가피성을 항변했다. 
 
자문위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관련해서는 ‘방어적’ 측면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절차적 문제와 ‘자격’을 운운해 영화계의 공분을 샀다. 이 역시 “왜곡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부시장은 “68명의 신규 자문위원은 총회 구성원으로서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표현한 것”이라며 “사단법인의 의사구조에 있어 한꺼번에 68명을 위촉하는 것은 의사 결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영화계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이다. 이에 대해 김 부시장은 “예술적 영역에서 독립성은 확실히 보장해야 된다”면서 “하지만,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는 기관으로서 공익적 관점에서의 행정적인 책임 등은 필요하다”고 입장을 내놨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를 해결책으로 내놨다. 시장의 사퇴가 곧 독립성의 보장에 대한 의지라는 것. “이미 밝혔고,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관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 정관상 조직위원장은 부산시장이 맡게 돼 있다. 
 
현재 정관 개정에서 BIFF와 영화계 그리고 시의 입장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조직위원회 구성을 놓고 팽팽하게 대응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BIFF와 영화계는 조직위원회 모두 영화인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시는 “조직위원회는 로컬을 대변하고, 집행위원회는 영화인을 대표하는 것”이라며 “지역성과 전문성의 구조를 변경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차기 조직위원장 선출 방식도 쟁점이다. 영화계는 총회에서 선거를 통해 뽑자는 입장이고, 시는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든지 임원회의에서 선출해 총회 승인을 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또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조직위원장에 올리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시장은 “서병수 시장의 아바타가 와서 더한 것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며 “다만 조직위원회는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앞으로 6개월은 어떻게?
 
영화제까지 앞으로 6개월이다. 더욱이 영화계의 보이콧 선언으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시에서는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고 있을 뿐이다.  
 
김 부시장은 “보이콧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정관개정 논의를 빨리 해서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길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보이콧을 할 만큼 쟁점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할 정도로, 현재 영화계의 성난 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영화계가 보이콧을 거둬들이지 않는 최악의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우리가 관철하고자 하는 내용을 많이 포기하고 있다”며 “서로 열린 마음으로 정관 개정을 빨리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답변뿐이었다.
  
황성운 기자 jabongdo@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