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이다. 거친 인생의 풍파는 모조리 다 겪었다. 한 남자는 자신이 누리고 가졌던 모든 것을 잃고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또 한 남자는 원래부터가 밑바닥이었지만, 성추행이라는 누명까지 뒤집어쓰게 됐다. 이에 따라 벼랑 끝에 선 이들의 ‘꽃길 프로젝트’도 그 시작을 알렸다.
20일 첫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딴따라’에서는 열혈 베테랑 매니저 신석호(지성)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신석호는 아이돌 기획사 ktop의 이사이자 인기 아이돌 그룹 잭슨의 매니저였다. 신석호는 물론 잭슨 또한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거물급 인사들. 신석호는 아이돌 제작자로서 큰 손으로 떠올라 있었고, 그 밑에서 큰 잭슨은 많은 팬을 거느린 인기 아이돌이었다.
이것 저것 볼 것도, 따질 것도 많은 연예계에서 신석호는 능글맞으면서도 재빠른 계산으로 일을 해나갔다. ktop에서 독립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ktop의 대표인 이준석(전노민)은 신석호가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았다. ktop의 간판 아이돌인 잭슨을 데리고 독립 회사를 차리려 한 신석호 남몰래 계략을 짰던 것. 결국 석호는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수감 됐다. 그 사이 잭슨은 ktop과 재계약을 체결했고, 잭슨과 ktop으로부터 버림 받은 신석호는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미리 펼쳐 놓은 판 때문에 자금 압박을 받게 된 신석호는 부산에 있는 아는 형을 만나기 위해 내려 갔다. 하지만 그는 돈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형으로부터 치욕을 당해야 했다. 형은 석호에게 “하루 종일 끌려 다니고 자존심 상하지 않냐”며 “내가 그때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석호에게 “네가 나 모른척 했을 때. 내가 우리 애들 음반 두 번째 말아먹고 너 찾아갔잖아. 너 라운딩 마칠 때까지 기다리고, 사우나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라며 “그 갑질 다 당하고도 결국 너 나 모른 척 했어. 그치? 똑같이 당하니까 어때? 기분 엿 같지”라고 지분거렸다. 결국 석호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신석호와 마찬가지로 주하늘(강민혁) 또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 하늘은 노래가 하고 싶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이를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졸지에 성추행 누명을 쓰고 ‘성추행범’ 딱지를 안게 됐다.
이날 법원에 출석한 하늘은 모든 것을 포기한 말투로 “소년원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저한텐 다 똑같아서요. 왜 나의 도움이 성추행이 돼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1호건 10호건 무슨 차이가 있나요”라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저는 성추행범이 되어버렸고 그런 저 보면서 누나는 피가 마를 텐데. 소년원 들어가서 조용히 지내는 게 누나 마음이나 편할 것 같습니다. 보내주세요 소년원”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듣던 하늘의 누나 그린(혜리)은 눈물을 쏟았다.
또 하늘은 자신이 다니던 학원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원을 나서던 하늘은 건물 밖에서 자신이 부른 학원 광고 노래를 듣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신석호를 목격했다. 석호는 하늘의 노래를 듣고 무언가 희망을 발견한 표정이었다. 이는 앞으로 펼쳐질 두 사람의 인연을 예고하는 것.
이날 방송된 1회에서는 밑바닥으로 떨어진 두 남자의 인생 이야기가 그려졌다. 특히 그 중에서도 ‘딴따라’를 이끌어 갈 핵심 인물인 신석호의 이야기가 주가 됐다. 신석호를 연기한 배우 지성은 전작에서 어떤 역할을 선보였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다. 능구렁이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잭슨에게서 배신을 당했을 때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한 황망함을 표현해냈고, 또 지인으로부터 치욕을 당했을 때는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을 절제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위태위태한 인생의 끝자락에서 만난 두 인물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펼쳐나갈지가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딱 KBS2 '트로트의 연인'과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트로트의 연인'에서도 인생의 밑바닥으로 떨어진 한 가수와 그의 손 끝에서 탄생하게 된 밑바닥 인생의 트로트 가수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것. 하지만 결과는 실패.
과연 '딴따라'는 다를 수 있을까. 우선 지성의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이후부터는 탄탄한 스토리가 좌지우지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석호가 다시 재기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하늘과 그린 등 주요 인물들이 어떤 진심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SBS '딴따라' 방송 캡처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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