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중 감독 "'위대한 소원, 처음보다 수위가 높아졌죠"(인터뷰)

입력 : 2016-04-29 11: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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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중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위대한 소원’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고환(류덕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갑덕(안재홍)과 남준(김동영)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환의 마지막 소원은 여자와 ‘자고 싶다’는 것.
 
이같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위대한 소원’은 시종일관 아슬아슬한 19금(禁) 수위를 넘나들며 폭소를 유발한다. 물론 웃음으로 승화하긴 했지만 그 속에는 진지한 인간적 고민이 숨어 있다. 고환과 같은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아픔과 고민이 곳곳에 담겨 있다. 
 
실제로 시나리오 작업 당시 장애인들을 만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는 남대중 감독은 자신이 느꼈던 마음을 오롯이 스크린에 담아냈다. 그럼에도 미처 설명되지 못한, 남대중 감독의 연출 의도를 직접 들어봤다.
 
Q. ‘위대한 소원’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남대중 감독 :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버킷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버킷리스트란 단어가 없어서 지구가 멸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거였다. 저는 반 마리의 치킨을 먹겠다고 했다. 뜬금없이 한 친구가 극 중에 나오는 ‘섹스’를 할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 그때는 장난으로 넘기고 추억을 안고 살다가, 몇 년 전 동창회를 나갔다. 그 친구가 안타깝게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때부터 현실적인 버킷리스트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
 
Q. 시나리오 작업은 언제 한 것인가?
남대중 감독 : ‘위대한 소원’의 시놉시스는 2011년에 써놨다. 당시 작가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버킷리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번 작품 외에도 버킷리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두 개 정도 더 있다. 아버지와 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여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써니’가 먼저 나와 버렸다. 연출은 스스로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내공이 쌓이면 도전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기회가 됐다. 재작년에 초고 완성해서 드렸더니 연출까지 맡겨주셨다.
 
Q. 프랑스 영화 ‘내 친구의 소원’(2009)과 국내 단막극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2013)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다.
남대중 감독 : 댓글로 ‘내 친구의 소원’과 내용이 비슷하다는 얘기를 봤다. 실제로 ‘내 친구의 소원’을 봤지만 우리 영화와는 하고자 하는 얘기가 다르다.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는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영화가 청소년기를 주요 인물로 했을 뿐이지 이는 남자와 여자, 나이를 불문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왜 많이 나오냐고 한다면 국적 불문 전 세계적으로 이 자체가 해 볼만 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저만 생각할 수 있는 대단한 아이디어도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시나리오 쓸 때는 장애인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 겉으로 드러낼 수 없을 뿐이지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Q. 시놉시스나 시나리오에는 있었지만 촬영하면서 빠진 부분이 있나.
남대중 감독 : 작품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모두들 반대해서 뺀 장면이 있다. 고환의 소원을 들어줬던 여신이라는 캐릭터 등 뒤에서 날개가 돋아나고, 여신이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모두가 만류해서 결국은 뺐다.(웃음)


 
Q. 꽤나 직설적인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수위 조절은 어떻게 했나.
남대중 감독 : 사실,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수위가 높아진 편이다. 우리들끼리 볼 영화도 아니기 때문에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하고 나서 고민했다. 그래서 지인 중에 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과 대학에 강의 나가는 친구들이 있어서 여학생들의 모니터를 받았다. 오히려 남자들의 모니터는 안 했다. 남자들은 공감하고 넘어갈 이야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봤을 때 불편한 지점들이 있을까 싶어서 모니터를 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여고생들이 요즘에는 이런 말을 안 쓴다며 세세하게 가르쳐줬고, 여대생들은 약하다며 더 세게 가야 한다고 하더라. 그분들이 관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초고보다 모니터 이후에 수위가 높아졌다.
 
Q. 작품의 내용과 함께 독특한 CG도 웃음을 안겼다.
남대중 감독 : 영화의 톤이라는 게 있다. CG도 우리 영화는 좋은 CG가 들어오면 안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서 후반 작업을 할 때도 CG업체에 속된 말로 ‘짜치기’ 해달라고 요구했다. ‘위대한 소원’에는 큰 미쟝센이나 세련미를 추구하는 것은 허세라고 생각했다. 영화마다 각자의 색깔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영화는 B급 코미디를 지향하고 만들었다. 철없는 청춘들의 학창시절 모습을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가 어설프고 풋내 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를 진심으로 의도했다.
 
Q. 영화가 ‘병맛’ ‘B급’이라는 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남대중 감독 : 영화가 ‘병맛’일 뿐이지, 영화의 서사 자체는 그렇지 않기를 바랐다. 극 중 고환이가 가장 뒤처지고 아픔이 있는 약자다. 하지만 고환이보다는 갑덕이와 남준이가 더 바보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 하나하나를 집어서 보면, 사회 통념 상 약자로 표현되는 장애인이나 여성을 희화화 하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들 속에서 주위 사람들이 스스로 망가지는 것일 뿐, 그분들에 대해서는 오해를 안했으면 한다.
 
Q. 고환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배우 전노민이 아이러니하게도 큰 웃음을 안겼다.
남대중 감독 : 전노민 선배가 맡으신 고환의 아버지 역할은 작품에서 드라마 부분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바보짓을 하지만 모든 것이 고환이 때문에 비롯한 엉뚱함이다. 코믹 영화에 많이 나오는 분들이 있지만 우리 영화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진정성을 갖춘 배우가 나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거기서 오는 역설적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떠올린 배우가 전노민 선배다. 스스로가 가진 젠틀함과 무거움이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드리고 나서 기분 나빠하진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진중한 이미지로 비롯한 선입견 때문에 아무도 코미디 제의를 하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실제로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재밌는 분이다.
 
Q. 이번 작품이 첫 데뷔작이다.
남대중 감독 : 첫 데뷔작품이니 의미야 남다르다.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요즘 웃을 일도 많이 없는데 영화를 보는 시간만이라도 스트레스 풀고, 머리를 비우고 나가셨으면 한다. ‘그래도 조금 따뜻한 영화네’라고 기억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자신에게 ‘위대한 소원’은 무엇인가.
남대중 감독 : 오그라드는 버전과 개인적인 버전이 있다.(웃음) 오그라드는 버전으로 말하자면 사실 영화 오프닝에다가도 영문으로 표시해놨다. 자세히 보면 루게릭병에 대해 소개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루게릭을 비롯한 불치병들이 하루빨리 정복됐으면 좋겠다고 써놨다. 실제로 그런 마음가짐으로 고사를 지내며 ‘작품은 즐겁게 찍고, 작품을 대하는 마음만큼은 진정성을 갖고 하자’고 얘기했다. 개인적인, 현실적인 소원은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한다.
 
사진=강민지 기자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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