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당시 강혜정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과 비슷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아가씨'에서 하녀 역을 맡은 신예 김태리를 이렇게 기억했다. 1천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하녀 역을 꿰찰 수 있었던 이유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하녀 숙희는 도둑의 딸로 태어나 장물아비에게 길러진 고아 소녀. 아가씨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백작의 계획에 가담하지만, 자신을 아껴주는 아가씨를 향한 진심과 백작과의 거래 사이를 줄타기하듯 오가며 스토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인물이다.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분리되어 보호받는 아가씨와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날 것의 생생한 매력을 발산하는 숙희는 김태리만의 매력이 더해져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백작과 거래를 하는 당돌함과 소녀의 순박함을 동시에 지닌 다층적 매력을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소화해 냈다.
박찬욱 감독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틀에 박힌 연기를 하지 않겠다는 고집이 있었고, 차분하고 침착했다"며 "긴 고민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가씨'는 6월 개봉 예정이다.
사진=모호필름 제공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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