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11시 45분(칸 현지시간),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부산행'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상영에 앞서 메가폰을 잡은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 공유와 정유미, 아역배우 김수안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했다.
필자는 뱃지로 입장할 수 있지만 좀 더 좋은 자리에 앉아 보겠다고 어렵게 티켓을 구해서 한 시간쯤 줄을 서 있다가 이곳에 들어왔다. 자정이 가까운 늦은 시각임에도 뤼미에르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보니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연 감독과 배우 정유미, 공유, 김수안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등장하는 모습이 스크린에 생중계 되는데 이어 극장으로 입장하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이들을 환영해 주었다.
이 열정적인 관객들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드라마에 깊이 몰입하고 함께 호흡하며 순간순간의 감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특히 마동석이 분한 `상화'가 멋진 활약을 펼칠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는데, 영화와는 별개로 흥미로운 체험이 아닐 수 없었다.
`부산행'은 전국에 좀비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행 KTX에 타고 있던 생존자들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재난 블록버스터다.
처음 이 기획을 접했을 때는 좀 의아했던 것이 사실이다. 비대중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던 연 감독의 첫 상업 영화가 잘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부산행'은 그런 의구심을 무색케 만들었다. 이것은 지루할 틈이 없는 철저한 상업영화다. 아직 등급분류 전이지만 연 감독의 작품 중 처음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아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위가 높지 않은 연 감독의 영화라니, 누가 예상했겠는가.
영화는 러닝 타임을 잘게 쪼개 각 단계별로 인물들-크리스토퍼 보글러 식으로 말하면 `영웅들-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성취해 가기 위한 열쇠를 숨겨둔다. 그 아이디어의 새콤한 맛이 좀비에 대한 공포심을 넘어선다는 것이 한국형 좀비 영화, '부산행`의 특징이다.
'검은 사제들`(장재현)이 엑소시즘을 어색하지 않게 풀어내면서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혔다고 한다면 같은 맥락에서 '부산행`도 칭찬 받아 마땅하다.
다만, 장르 영화의 관점을 벗어나면 영화는 채워 넣어야 할 데가 많다. 상업영화에 대한 강박이 정말 해야 하고 싶었던, 해야 할 이야기를 밑바닥에 묻어버린 느낌이다.
희생, 인륜, 광기, 여론몰이(언론 플레이), 인과응보, 자본주의 등등의 단어가 영화 안에서 계속 맴돌지만 어느 것 하나도 가슴을 꿰뚫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니 그런 이야기들은 잠시 미뤄둬야겠다. 오늘은 `부산행'이 칸의 관객들을 만나 성황리에 시사회를 마쳤던 좋은 날이니까. 글, 사진=칸(프랑스), 윤성은 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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