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방송된 MBC '서프라이즈'에서는 노비 출신 시인 정초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름난 문필가 집안에서 태어난 조선의 여춘영. 그는 어느날 양반들과 함께 조선을 대표하는 시집을 만들자는 의견을 함께하고 시를 낸다.
양반들은 모두 그의 시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그의 시는 훗날 김홍도의 작품 '도강도'에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 시는 여춘영이 쓴 시가 아닌, 그의 나무꾼이자 노비 정초부의 작품이었다. 여춘영은 우연히 정초부가 쓴 시를 보고 그의 실력에 감탄했고, 양반들의 모임에서 그의 시를 공개했던 것이다.
이후 사대부들보다 시를 잘 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정초부에게 시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다. 급기야 정초부의 재능을 높게산 여춘영은 그를 노비에서 해방시킨다.
그러나 천한 노비 출신이라는 이유로 시단에 이름을 내걸 수 없었던 정초부는 평생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정초부가 사망한 뒤에야 정약용 박제가 등의 시가 실린 '병세집' '다산시령'에 정초부의 시가 올라가게 된다.
노비였음에도 수많은 사대부 양반들의 존경을 받으며, 당대 최고의 시집에 시를 올린 정초부. 그의 죽음을 유독 슬퍼한 여춘향은 그를 묻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시를 남겼다고 한다.
'저승에서도 나무하는가. 낙엽은 빈 물가에 쏟아지네. 삼한 땅에 명문가 많으니, 내세에는 그런 집에 나시오'
사진='서프라이즈' 방송 캡처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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