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너클볼러' 스티븐 라이트를 맞이해 1볼넷으로 고전했다. 이에 너클볼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김현수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캠든야즈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김현수의 시즌 타율은 0.383에서 0.360으로 하락했으나 7경기 연속 출루에는 성공하며 선구안을 자랑했다.
이날 볼티모어 타선은 보스턴의 '너클볼 투수'인 스티븐 라이트를 맞아 고전했다. 김현수 역시 1회 첫 타석에서 좌익수 뜬공,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3구 삼진을 당했다.
김현수는 2-2로 맞선 5회 1사 1루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에 성공하며 득점 기회를 이어갔지만 후속타 불발로 홈을 밟는 데는 실패했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1루 땅볼로 아웃됐다.
결국 볼티모어는 불펜 난조로 2-7로 패했다. 라이트는 너클볼의 위력을 앞세워 9이닝 4피안타 3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뒀다.
▲ 마지막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 "너클볼, 유일하게 제대로 치지 못한 공"
일반적으로 투수들은 공에 회전을 많이 줘서 더 빠른 공을 던지거나 움직임이 큰 변화구를 구사한다. '돌직구'로 유명한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의 패스트볼은 분당 2천320번의 회전수를 자랑한다. 이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회전수 2천241번보다 높다.
너클볼은 이와 극단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공이다. 최대한 회전을 적게 줘 공기의 흐름에 따라 불규칙하게 변화하는 구질이다. 공을 손 끝이나 손톱으로 찍어 누른 그립이기 때문에 공을 '던진다'기 보다는 '민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구사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제구는 더더욱 어렵다.
시속만 보면 100km 안팎으로 '아리랑 볼'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공의 궤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상대하는 타자는 물론 공을 받는 포수들 조차 공을 놓치기 일쑤다. 이는 축구에서 '무회전 프리킥'에 골키퍼가 엉뚱한 방향으로 다이빙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과거 보스턴의 주전 포수는 제이슨 베리텍이었다. 하지만 선발투수로 너클볼러인 팀 웨이크필드가 등판하는 날이면 전담포수 덕 미라벨리가 출격했다. 훈련된 포수가 아니면 너클볼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현역 너클볼 투수인 R.A 디키(토론토 블루제이스) 역시 과거 뉴욕 메츠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전담포수 조시 톨이 있다. 토론토는 디키를 영입하며 톨도 함께 계약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서 포수로 나선 라이언 해니건은 라이트의 공을 여러 번 놓쳤다. 그는 너클볼을 받는 훈련을 많이 하긴 했지만 전담포수까지는 아니다. 보스턴은 해니건 외에도 부상 중인 주전포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와 블레이크 스와이하트도 너클볼을 받는 훈련을 마이너리그 때 시키기도 했다.
이런 너클볼의 특성 때문에 포수는 긴장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공이 뒤로 빠지면 출루에서 득점까지 허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경기에서 해니건은 경기 중 피로를 호소하며 교체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는 자신의 타격 기술에 대해 무한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저서 '타격에 과학'에서 너클볼에 관해서 만큼은 "나도 제대로 쳐본 적 없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우리 히어로즈 시절의 마일영(은퇴)과 롯데 자이언츠 시절의 크리스 옥스프링(은퇴)이 너클볼을 구사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부산일보 DB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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