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제대로 열릴 수 있을까. 또 아직까지 영화제 보이콧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성난 영화인들의 마음을 달릴 방법은 있을까.
이에 부산영화제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하지 않고, 영화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정상적인 개최를 다짐했고, 김동호 신임 조직위원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관개정을 하겠다”는 약속으로 보이콧 철회의 명분을 만들었다.
강수연-김동호 위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영화제개최 다짐과 함께 정과개정 등 산적해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또 지난 5월 24일 첫 민간인 조직위원장으로 선출 부임된 김동호 위원장의 첫 공식 기자회견이기도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앞으로 지켜나갈 원칙을 발표했다. ▲지원은 받되 간섭은 받지 않는다는 원칙과 정체성을 철저하게 지켜나갈 것 ▲작품 선정에 있어 누구도 간섭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 나갈 것 ▲정관개정 작업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완료할 것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전반에 걸쳐 개선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년의 성장통을 딛고, 새로운 20년을 향해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약속했다.
강 위원장은 “1년 넘는 시간 동안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흑을 헤맨 것처럼 느껴진다”고 소회를 밝힌 뒤 “기필코 영화제를 지키겠다. 이용관 전 위원장 등의 명예 회복도 올해 영화제를 제대로 치를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핵심은 영화계의 보이콧 선언 철회와 정관개정이다. 이에 강 위원장은 “한국 영화 없이 영화제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한국 영화 없는, 국적 없는 영화제로 만들 수 없다”며 “시간도, 여력도 부족하지만 프로그램만은 지키겠다. 영화 선정만큼은 어떤 타협도 양보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관개정을 서두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올해 영화제 개최 이후 내년 정기총회에서 정관개정을 하겠다는 것.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첫 민간 조직위원장이 선출됐고, 영화제 작품 초청이 늦어도 7월말까지는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먼저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정관개정은 조직위원장인 부산시장이 주도해왔으나 현재 민간인 조직위원장으로 그 권한이 넘어왔기 때문에 안 될 수가 없다”면서 “영화계의 보이콧 철회를 위해서는 명분을 드려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게 정관개정이다. 그래서 서두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영화제를 지원해주는 기관 단체 또는 개인이 영화제 운영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고, 프로그래머의 고유 권한도 정관에 못을 박는 게 중요하다”며 “두 가지 조항이 정관에 규정되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한 가지는 전임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전임 조직위원장 사과는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 “사과할 부분이 있다면, 후임 조직위원장이 대신해 사과하겠다. 폭넓은 의미로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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