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이목구비의 훈훈한 외모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주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그러나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보다도 진지한 모습이다. 소위 '애어른'이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 될 것 같다.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딴따라'에 낯선 얼굴이 등장했다. 싱글대디 나연수 역을 맡은 신인 배우 이태선이다. 20대 초반의 나이, 그것도 신예에게 '싱글 대디'라는 캐릭터는 어쩌면 소화해내기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다.
이태선은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캐릭터 분석에 정말 많은 것을 쏟았다"며 "연수를 표현해내기 위해 2주 만에 8kg을 감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열정 때문일까. 그의 연기는 제법 탄탄했고 극의 흐름에 잘 녹아들었다. 부족한 연기력에 대한 볼멘소리를 '신인'이라는 보호막으로 비껴갈 수도 있었지만, 정면 돌파를 택한 셈이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지만 나태함을 경계하는 조심스러움도 가졌다. 배우는 공인이라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그다. 물론 좋아하는 취미나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영락없는 소년 같았다.
Q. 배우로서 첫 작품을 마쳤다.
이태선 : 나의 이력에 있어 '딴따라'는 처음이다. 그래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드라마가 끝난다는 게 아쉬웠다. 혜리 엘조 강민혁 공명 등 또래 배우들은 물론, 선배님들까지 잘 융화됐다. 드라마가 끝났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Q. 주변 반응이 어떤가.
이태선 :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잘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부모님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다. 그런 반응을 보면서 '아 이런 게 효도구나'라고 생각했다.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진다.
Q. 모니터링도 당연히 했겠다.
이태선 : TV에서 나를 본다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다. 또 부족한 모습들이 많이 보이더라. 연기적인 부분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전체적으로 말이다. 느낀 점이 많다.
Q. 또래 배우들이 유난히 많았다.
이태선 : 맞다. 대부분 내 나이 또래다. 그래서인지 촬영장 분위기가 편안했다. TV에서 보이는 밝고 활기찬 모습이 실제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많이 웃기도 했고 그만큼 NG도 많았다. 작품이 끝난 뒤에도 정말 소중한 인연이다.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아직도 안부를 주고받는다.
Q. 첫 작품 치고는 배역이 무거운 감이 있는데.
이태선 : 연수의 가장 큰 특징은 어린 나이임에도 싱글 대디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부담되지 않았지만, 연기를 거듭할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더라. 싱글 대디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보고 서적도 뒤져봤다. 무엇보다 아들 역으로 등장했던 조연호 군이 정말 큰 힘이 됐다.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기도 했고 정신적으로도 정말 의젓한 친구여서 감정을 몰입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너무 고맙다.
Q. 딴따라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했다. 원래 칠 줄 알았나.
이태선 : 전혀. 오로지 드라마 때문에 접하게 됐다.(웃음)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이 그런 것 같다. 알지 못했던 분야에 도전해보고 또 다른 삶을 대신 살아보는 것. 확실히 매력적이다.
Q. 원래 닥친 일에 열정을 가지고 달려드는 성격인가.
이태선 :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한 번은 '딴따라' 촬영에 임하기 전 PD님이 '다이어트가 필요할 것 같다'는 식으로 넌지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날부터 하루에 운동을 네 시간씩 했다. 간헐적 단식까지. 2주 만에 8kg를 감량했다. 단순히 다이어트가 아닌, 나의 의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Q. 정말 긍정적이다.
이태선 : 물론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과 가장 즐겨하는 것이 농구다. 농구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웃음).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머리를 식히곤 한다.
Q. 작품 종영 이후, 거리에서 얼굴도 많이 알아볼 것 같다.
이태선 : 사실 평소에는 '딴따라' 속 연수와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가끔씩 길에서 알아봐주시더라. 기분이 정말 좋았다. 첫 작품인데도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 뿐이다.
Q. 원래 꿈이 배우였나.
이태선 : 어릴 때는 아니었다. 고등학교에서 입시를 준비하던 도중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연극영화과에 진출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친구들과 연기 연습을 지속했다. 이후 군대에 다녀왔음에도 연기에 대한 갈증이 크게 느껴지더라. 그렇게 한단계 씩 올라섰던 것 같다.
Q. 배우 이전의 삶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태선 : 아직 특별히 와 닿는 것은 없다. 아, 한 가지 있다. 배우는 아무나 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웃음)
Q. 뿌듯한 만큼, '배우'라는 타이틀을 짊어졌을 때 느끼는 무게도 있겠다.
이태선 : 책임감이 생긴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에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공인이지 않나.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진실되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작품에는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진, 후원사, 스태프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나태해질 수 없다. 또 나연수 배역을 맡기 위해 오디션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있을 것 아닌가. 선택받은 입장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보답하는 게 배우라는 직업에 충실한 것이다.
Q. 신예 배우가 많다. 어떤 모습으로 차별화되고 싶나.
이태선 : 배우마다 강점이 있고 개성이 있다. 또 같은 역할이라 할지라도 누가 배역을 맡느냐에 따라 결과는 100% 뒤바뀔 수 있다. '이태선이 아니면 이 배역은 못 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존재감 있는 배우로 평가받고 싶다.
Q. 닮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이태선 : 차태현 선배. 친근하면서도 긍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 않나. 콧대 높은 배우보다는 동네 형 같고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강민지 기자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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