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한 현대판 노예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엔 청주지역이다. 2년 전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던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 염전노예사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이라 향후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청주 청원 경찰서는 40대 중반 지적 장애인을 임금없이 2004년부터 최근까지 12년 동안 부린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김모(68)씨 부부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중이라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청원구 오창읍에서 젖소 축사를 운영하는 김씨 부부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지적 장애인 A씨에게 돈을 주지 않고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일을 시켰다.
 
A씨는 마을 주민 사이에 '만득이'라고 불리며 축사 옆 창고에 딸린 약 6.6㎡ 쪽방에서 숙식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무임금 노역 사실은 지난 1일 오후 9시께 오창읍 한 공장 건물 처마에서 A씨가 비를 피하는 바람에 사설 경비업체 경보기가 울리면서 드러났다.
 
A씨는 경비업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주인이 무서워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이날 A씨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경찰은 그를 김씨 부부 집에 인계했다.
 
이후 말과 행동이 어눌한 A씨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마을 주민 탐문 수사를 통해 무임금 노역 정황을 포착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에게 일을 시키고 돈을 주지 않았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김씨 부부를 상대로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한편 A씨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이동훈 기자 ldh@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