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 대리수술을 후배의사에게 지시한 유명 산부인과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대책 마련에는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삼성서울병원은 본보에 대리수술로 물의를 빚은 산부인과 김모 교수(56)에 외래, 수술 등 모든 업무에서 배제하는 무기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최근 일고 있는 대리수술 관행 논란에 대해 "예정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을 한 경우는 김교수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예정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환자 몰래 수술을 집도하는 대리수술은 흔히 '유령수술'로 불리며 의료계 안팎에서 문제가 된 사안이다.
물의를 빚은 김 교수는 이 병원 산부인과의 권위자로 지난 8일 난소암 수술, 자궁근종 수술, 자궁적출 수술 등 모두 3건을 집도하기로 오전 8시, 낮 1시, 오후 3시30분 등 3차례 일정이 잡혀 있었다.
김 교수는 이날 수술을 마친 후 일본에서 열린 '부인과종양학회 학술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저녁에 출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본학회에서 일찍 나와줄 것을 요청했고, 김 교수는 자신이 담당한 수술을 다른 후배 의사에게 맡기고 이날 오전 9시30분 출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한다는 사실을 병원측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원장과 김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를 직접 찾아 사과하고 진료비와 특진비 전액 환불 조치했다.
이와 관련,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3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산부인과 김 모 교수에게 무기정직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대리수술을 집도한 산부인과 의사와 전문의에 대해선 지시사항을 따랐다는 이유로 별다른 징계조치를 내리지 않았고,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에서도 대리수술이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고 지적한 뒤 "해외환자 유치 등 의료 한류를 논하기 이전 대리수술을 사기죄가 아니라 상해죄와 같은 보다 엄격한 처벌로 다뤄야 한다"고 일침했다.
사진=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
이동훈 기자 l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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