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김정주 회장이 진경준 검사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100억대 주식대박 의혹' 사건 초기만해도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김정주 회장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김 회장이 진 검사장에게 비상장 주식을 준 시점이 법적 공소시효만료일을 3년 더 넘긴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진 검사장의 경우 넥슨재팬 주식을 재취득한 시점이 2006년으로 밝혀지며 올해 11월까지 시효가 남아 있었지만 김 회장이 받는 뇌물 공여 혐의는 시효가 최대 7년이라 이미 지난 상황이었다. 100억대 뇌물을 받은 현직 검사는 구속됐지만 뇌물을 준 기업가는 아무 탈 없이 처벌을 비켜가는 모순이 생기는 셈이었다.
김 회장도 이 점을 알고 있었던 듯 검찰 소환 조사에서 "검사라서 보험 차원의 주식을 줬다", "진 검사장이 '내 돈으로 주식을 사야겠느냐'라며 요구했다"고 순순히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회장이 진 검사장의 해외 여행 경비를 대줬다는 사실이 수사망에 포착되며 김 회장의 '공소시효 방어막'엔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검찰은 계좌추적과 출입국 기록, 관련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김 회장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1차례에 걸쳐 진 검사장의 가족 여행 비용 5천여만 원을 대납한 사실을 파악하고 '포괄일죄' 법리 적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포괄일죄는 여러 개의 행위가 사실상 같은 내용의 범죄라 보고 한 개의 범죄 행위로 묶는 것을 말한다. 맨 마지막 범죄 행위의 시점이 공소시효 안에 있으면 시효가 끝난 범죄 행위도 함께 처벌이 가능해진다.
검찰은 김 회장이 주식, 여행경비, 차량 등의 뇌물을 2005년부터 최근까지 연속해서 진검사장에게 준 점이 인정된다고 보고 이를 포괄일죄로 묶기로 결정했다
이동훈 기자 l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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