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만에 졸속으로 발굴 작업이 끝난 무령왕릉을 둘러싼 씁쓸한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14일 방송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는 1971년 충청남도 공주에서 발견된 무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동물 떼가 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꾼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당시 국립박물관 공주 분관의 관장이었다. 마침 그에게 급한 연락이 왔고, 이는 공주 송산리 고분군에서 배수로 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연락이었다.
당시 고분군에는 주인을 알 없는 백제시대 무덤 6개가 있었다. 일본인에 의해 도굴당한 채 비어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다섯 번째 무덤과, 여섯 번째 무덤 사이 침수가 잦아 배수로 공사를 하고 있었고, 여섯 번째 무덤 옆에서 돌로 된 무덤이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분관장은 또 다른 무덤의 입구를 발견했다. 그는 곧장 문화재 관리국에 이 사실을 알렸다. 7월 8일 본격적인 발굴 작업에 돌입, 몇 시간 뒤 무덤의 문을 덮고 있던 2개의 벽돌을 걷어냈다. 그곳에는 무덤이 한 번도 개봉되지 않은 처녀분이었고, 진묘수를 비롯해 3천여 점이 넘는 유물들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무덤의 주인이었는데, 이는 백제 사마왕의 것이었다.
사마는 백제의 25대 왕인 무령왕의 이름이었다. 공주 무령왕릉이 이때 처음 발견된 것으로 무령왕이 사망한지 1천400여년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 발견은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왕릉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취재진과 구경꾼들이 발굴 현장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다. 특히 떼로 몰려든 취재진은 현장을 공개하라고 압박했고, 하는 수 없이 각 언론사마다 순서를 정해 사진을 세장씩만 찍기로 약속했지만 약속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왕릉에 들어가자 취재진은 사진을 찍는데 집중하느라 청동숟가락을 발로 밟아 부러트리기도 했고, 이를 통제해야 하는 경찰조차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발굴단은 긴급회의를 열었고, 최대한 신속하게 발굴 작업을 끝마치기로 결정했다. 이로인해 정교한 실측과 섬세한 유물 수습이 이뤄져야 하는 발굴 작업이 제대로 된 실측은 커녕 유물을 쓸어 담기에 급급했다.
그러다보니 발굴 작업이 보통 수개월 이상 걸리는데 무령왕릉의 경우 고작 12시간 만에 졸속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에 기네스북에 오르기까지 한다. 당시 발굴단장은 흥분 상태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니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후회했고, 한 기자는 "모든 발굴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이후 무령왕릉에 대한 괴담도 퍼지기 시작했다. 사실 발굴단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작업 시작 하루 전인 7월7일이었다. 무덤 입구를 열자 연기가 발생했는데, 이것은 밀폐 상태로 막혀있던 찬 공기가 바깥의 더운 공기를 만나 생긴 수증기였지만 왕의 영혼이 무덤에서 빠져나온 것이라고 했다. 특히 무령왕릉 발굴 이후 몇 가지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유물들을 실은 차량 운전기사가 사고가 나거나, 당시 발굴 단장은 파산하기까지 했다고.
하지만 당시 발굴 덕분에 백제에 대한 베일이 벗겨졌고, 발굴 작업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사진=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방송 캡처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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