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제 숙명인 것 같아요.(웃음)."
한마디로 정리가 된다. 김서형은 어린 시절부터 배우의 길만을 꿈꿔왔다. 자라면서 다양한 분야를 갈망하고, 또 선회하는 보통의 소녀와는 달랐다.
김서형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얼굴이 예뻐서가 아니다. 오히려 당시에는 예쁘면 배우보다는 아나운서, 스튜어디스를 꿈꿨다"고 웃으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주변에서 내가 배우가 될 것 같았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어느덧 20년 넘게 연기를 해온 그녀는 자신의 길을 '숙명' 같다고 비유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연기에 대해 누구보다도 진지한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 '굿와이프' 김서형
최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캐스팅 당시, 김서형이 분한 서명희는 원작 속 로펌 대표 다이앤(크리스틴 바란스키)과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김서형이 처음 관심이 생겼던 건 전도연이 연기했던 김혜경이었다.
"이미 원작을 지켜보던 팬이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알리샤(김혜경의 모티브가 된 인물)라는 인물에게 매력을 느꼈고, 언젠가 국내에서 제작이 된다면 그 역할에 오디션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실제 국내 제작 소식이 들려졌고, 관심을 가지던 찰나에 전도연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다. 김서형은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며 "전도연이 맡는다고 하면 그 누가 연기력을 의심하겠나"라고 되물었다. 때마침 다이앤 역의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고 함께하게 됐다.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공존했다. 김서형은 "서명희는 주로 로펌 사무실에서만 활동한다"며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는 제한된 공간에서 냉철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또 극 중 김혜경과 이태준(유지태), 서중원(윤계상)이 극의 갈등과 전개를 담당했던 만큼, 서명희만의 캐릭터를 찾아가는 과정도 쉽진 않았다고.
김서형은 "전개가 되면서 서명희에 대한 조각들이 하나 하나 쌓아져 갔다"며 "서중원 누나가 지녀야 할 책임감과 상사로서 지니는 김혜경과의 관계성도 조금씩 찾아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굳어진 이미지'에 대한 김서형의 해답
차갑다. 날카롭다. 김서형을 떠올렸을 때 쉽게 그려지는 이미지다. 대표작이 된 SBS '아내의 유혹'의 내연녀 신애리, 비례대표 초선의원으로 분했던 KBS2 '어셈블리' 등 그동안 그렸던 캐릭터의 면면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김서형은 "늘 있는 집의 딸, 커리어 우먼을 맡아온 것 같다"며 "'왜 나에게는 그런 역할만 들어올까'라는 생각에 부딪히기도 하고, 배역을 안 하려고 도망 다니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녀의 말처럼 배우에게 '굳어진 이미지'는 자신을 가두는 울타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가 찾은 해답은 '배우'다.
김서형은 "배우라면 날 캐스팅한 사람들의 니즈를 채우고, 나아가 새로운 롤 또한 던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굳어지는 이미지에 대해서도 "비슷한 역할 속에서 '뻔함'이 아닌, '다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탈(?)한 면도 없지 않다.그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연기 했더니, 다음 역할은 더 세더라. 나는 늘 악의 축이다"라고 웃으며 "그래도 노력한 게 있으니 절반의 성공 아닐까요"라고 표현했다.
"'김서형은 캐릭터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겠지?'라는 믿음으로 저를 캐스팅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 또 소화해야겠죠. 또 비슷한 역할이 들어온다고 해도 안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다음에는 운동화에 배낭을 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 괜찮지 않나요?"
사진=강민지 기자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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